술 안 마셔도 탄수화물 과잉 섭취 땐 ‘지방간’ 불러
술 안 마셔도 탄수화물 과잉 섭취 땐 ‘지방간’ 불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2.11 11:42
  • 호수 4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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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 종류와 치료법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비알코올성으로 분류
치료 않고 방치하면 간경변으로 악화… 흰쌀밥 보다 잡곡밥 먹도록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은 70~80% 정도가 손상돼도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병을 키우기 쉽고,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음주와 과식이 잦은 연말에는 지방간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지방간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지방질이 간세포에 축적되는 것으로,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이면 지방간으로 진단된다. 지방간의 진단은 실제로 간을 꺼내어 무게를 재기 어렵기 때문에 초음파 상 밝기를 이용해 지방간의 정도를 판단한다.
지방간은 거의 자각증상이 없으며 간혹 복부의 불편함, 약간의 통증, 전신쇠약, 피로 등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체검사나 다른 이유로 병원에 내원했다가 혈액검사로 간 기능 검사를 하거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간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간 관련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지방간은 과음과 비만뿐만 아니라 탄수화물‧당분의 과잉 섭취, 당뇨,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병된다. 특히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과음하는 사람들의 약 80~90%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병으로, 누구나 흔히 갖고 있다고 생각해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술을 끊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취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약 20~30%에서 알코올성 간염이 유발되고 지속되면 10% 정도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 지방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고, 당뇨와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그림=대한의학회

알코올성 지방간에서 진행되는 알코올성 간염의 경우, 염증이 동반되며 발열·황달·복부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경화’라 불리는 간경변증은 간이 딱딱하게 굳어 기능을 잃게 되는 것으로, 술을 끊어도 정상적인 간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을 마셨을 뿐인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는 상태로 비만, 성인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과 연관돼 나타난다. 과도한 열량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체내 지방세포와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증가된 지방에서 간에 해로운 여러 가지 물질(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지방간염과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탄수화물 섭취량 증가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의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상위 33%는 섭취량이 낮은 하위 33%에 속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가능성이 남성은 약 1.7배, 여성은 약 3.8배 높았다. 흰쌀밥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탄수화물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방간은 방치하면 심근경색 등 더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방간이 있으면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질환이 생길 위험이 30%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광협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는 “지방간 환자의 사망 원인은 간질환보다 심혈관질환 탓인 경우가 더 많다”며 “간은 악화되는 과정이 10~20년에 걸쳐 매우 길지만, 심혈관질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급격히 악화돼 뇌나 심장 혈관을 막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는 술을 먼저 끊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점차적으로 음주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 끼를 먹되 한 끼 분량을 25%씩 줄이는 한편 체중의 10%를 3~6개월에 걸쳐 천천히 감량해야 한다.  
또한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하루 에너지 필요량 중 50~60% 정도만(일반인 55~70%) 탄수화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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