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겸재 정선이 사랑한 바위산
윤동주와 겸재 정선이 사랑한 바위산
  • 조상제 지하철 여행가
  • 승인 2015.12.18 11:41
  • 호수 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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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여행><54,끝> 인왕산 자락길
▲ 인왕산 자락길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장소’로 유명하다.

2013년 조성된 인왕산 자락길은 주택가 주변의 낮은 산기슭에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하게 만들어져 산에 쉽게 오르기 힘든 보행 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한 산책길이다. 서울 인왕산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유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도심에서 역사·문화·생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대표 명소이다.
예로부터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던 화가와 시인 등 예술인들의 주 활동무대로도 사랑받았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의 배경이 된 수성동 계곡, 윤동주가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올랐다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윤동주문학관 등이 자리해 바쁜 일상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장소’로도 불리고 있다.
특히 이곳은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나 유모차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인왕산 자락길은 2.7km 코스로 종묘와 더불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던 사직단에서 시작한다.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는 왕실의 사당이 종묘(宗廟)라면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고 나라의 평안함을 비는 곳이 사직(社稷)이다.
이런 신성한 곳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일부러 훼손하고 공원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 올 1월부터 복원 작업에 착수했고 2027년에는 제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경희궁에서 옮겨 온 황학정 활터와 택견 수련장을 지나면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유명한 수성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오르고 내리고 감아 돌아가고 지루할 틈이 없는 숲길이 계속된다.
숲의 정취를 느낄 무렵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 갈래로 갈라진 소나무 너머로 남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이 일품이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인왕산 기슭에서 하숙을 했는데 이 언덕에 자주 올라 시상을 다듬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별 헤는 밤’에서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고 읊은 언덕이 이곳일지도 모른다.
인왕산은 매끈한 바위산인데 거대한 바위 절벽이 칼처럼 날카롭게 직각으로 꽂혀 있지 않고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다. 반듯하고 크지만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입구로 나와서 나온 방향 그대로 300m 정도 직진해 사직동 주민센터를 지나면 바로 사직단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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