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0.25%p 인상… 7년 만에 ‘제로 금리시대’ 마감
미국 기준금리 0.25%p 인상… 7년 만에 ‘제로 금리시대’ 마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2.18 11:43
  • 호수 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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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2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이어진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연준은 이날 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건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제로 금리를 유지해왔다.
제로 금리 정책의 역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 연준은 같은 해 12월에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인 0~0.25%로 낮췄다. 연준은 그럼에도 금융위기의 불길이 잡히지 않자 2009년 3월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의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의 양적완화라는 변칙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당시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경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며 양적완화를 강행했다.
이를 지켜본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처방전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엔화를 시장에 풀었고, 올해 초에는 유럽이 양적완화 정책의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고육책에 가까웠던 양적완화 정책이 보편적인 통화정책으로 활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양적완화를 시행한 후 2008년 10%에 달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9월 5.9%까지 떨어졌다. 2008년 0%대였던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최근 들어 3%대에 근접했다. 이처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미국은 지나해 10월로 양적완화를 마무리한 데 이어 이날 제로금리 시대까지 마감하며 7년 간 이어온 ‘돈풀기’ 정책을 공식 종료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고용 여건이 상당히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상당한 확신이 있다”며 “이번 인상 후에도 통화정책의 입장은 시장 순응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4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말 금리 전망은 1.375%로 제시했고 2017년 말에는 2.375%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에는 다시 3.25%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로 연 4회까지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FOMC 전망치 자체가 하향 조종되면서 실질적인 인상폭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실제로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지난 9월 때보다 0.2%p, 앞서 3월보다는 0.7%p 하향 조정됐다.
연준이 제로금리 시대 마감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미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취하게 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신흥국에서의 급격한 달러 유출에 따른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부담 등에 눌려 경기회복이 더딘 한국경제도 수출이 타격을 받거나 금리인상의 선택에 내몰리는 등 제한적이나마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신흥시장 수출은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주력시장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혼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바이어들의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금융비용 증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일본과 유럽은 통화가치 약세에 힘입어 수출과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자국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 여건도 좋아지겠지만,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전부터 강하게 시사해왔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간다고 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 여건을 보면 외채 구조가 단기에서 중장기로 가고 있고 차입보다는 채권발행으로 가는 등 안정적이어서 우리 내부 여건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뿐 아니라 중국의 경기상황이나 유가 하락 등의 변수가 많아서 앞으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 정상화 선포로 인해 현재 우리 사회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물론, 가치가 오를 달러화로 인한 경제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그 종식을 선언한 희망적인 일이기도 함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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