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고 싶다” 노년세대도 성형 열풍
“젊어지고 싶다” 노년세대도 성형 열풍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1.22 10:49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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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날이 창창” 과감한 선택… 전문가 “욕심 내지 말고 가볍게 해야”

“화장하려고 거울 앞에 앉을 때마다 처진 눈꺼풀과 얼굴을 뒤덮은 시커먼 검버섯을 보는 게 싫다. 살 만큼 산 노인네라지만 얼굴에 핀 저승꽃을 보는 게 기분 좋은 일이겠나.”
습관처럼 자식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던 김추자(74) 어르신은 지난해 겨울 작심하고 성형외과를 찾아 피부 레이저 시술과 함께 처진 눈꺼풀을 교정하는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 “몸에 칼 대는 게 무섭다”며 관절수술도 꺼리던 어머니가 직접 성형외과를 찾아가 수술대에 누운 사실을 안 자식들은 놀라서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 사회적 흐름에 따라 성형수술에 대한 노인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주름성형 상담을 받고 있는 노인의 모습.

성형수술 받은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 5년 전보다 3배 증가
고령자 무리한 수술 금물… 서둘지 말고 충분히 알아보고 해야

최근 ‘꽃노년’ 열풍과 함께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 취미생활, 여행 등을 통해 사회활동과 인간관계를 활발히 하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외모, 몸매 관리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노인들이 늘었다.
노인 성형인구가 늘어난 배경에는 ‘100세시대’를 내다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60세가 넘어도 “앞으로 살 날이 창창하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외모 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신경 쓰는 노인이 많아진 것이다. 과거 노인에 비해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풍족한 생활을 즐기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형수술로 한 살이라도 더 젊어 보이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이 60대 이상이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노인 성형인구가 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인데, 자식이 비용을 대서 부모 생신이나 환갑, 칠순 선물로 해주는 일명 ‘효도성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노인 성형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노인 성형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는 노화로 인한 외모의 변화를 개선하는 성형이다. 눈꺼풀이 처져 시야를 가리거나 눈썹이 눈을 찌르는 것을 개선하는 상안검 성형과 볼록해진 눈 밑 지방과 처진 피부 때문에 심술 맞아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개선시키는 하안검 성형이 대표적이다. 이마주름이나 팔자주름 등의 주름 시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없애면서 보다 젊어 보이기 위한 시술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는 트렌드 변화에 따라 모양을 바꿔주는 재수술이 있다. 패션에 유행이 있는 것처럼 미(美)에 대한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일례로 10~15년 전만 해도 쌍꺼풀 라인이 크고 또렷한 모양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우면서 수술한 티가 나지 않는 작은 쌍꺼풀을 선호하는 편이다.
코 성형 수술도 예전에는 일자로 오뚝한 코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콧대는 오뚝하고 코끝은 동그란 자연스러운 모양을 선호한다. 이처럼 과거에 성형수술을 받았던 노인들이 현재의 유행에 맞게 모양을 바꾸기 위해 다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보형물의 발달도 재수술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가 연골을 보형물로 사용하게 되면서 코 성형 후 코끝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을 개선하려고 대개 재수술한다.
마지막으로는 젊은 사람들처럼 쌍꺼풀 수술이나 코 높이기 등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다. 최근에는 필러(가만히 있어도 생기는 주름에 액상물질을 넣는 시술)나 자가 지방 이식처럼 메스(칼)를 대지 않고 코를 높이거나 볼을 팽팽하게 하는 시술이 노년층으로부터 선호를 받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층 노인들은 외모와 몸매 유지를 위해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이식술, 광대뼈를 깎는 큰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J성형외과 원장은 “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이 평생의 한이라며 광대뼈를 깎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왔다”며 “고령임을 감안해 과하게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성에 안 찬다며 최근 병원을 다시 찾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큰 성형수술을 받는 노인은 흔치 않지만 ‘평생의 한’이라며 뒤늦게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형수술이 흔치 않던 젊은 시절에는 여유는 있어도 주위 눈총이 무서워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한 이들이 나이 들어 ‘죽기 전에 소원을 풀겠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준비 없이 받는 성형수술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평소 건강관리에 주치의가 필요한 것처럼 성형도 단골 병원을 정해놓고 꾸준히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한 병원에도 6개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방문해 조금씩 외모에 변화를 주는 노인 환자들이 많았다. 이러한 노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이다.
유 모씨(63‧여)는 “꾸준히 외모에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남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노인들의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격려해주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층과 달리 노인들은 사소한 부작용도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다 회복도 더딘 만큼 수술 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이 많은 노인들에게 무리한 마취나 수술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수영 홍보이사는 “호르몬제나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수술 후 출혈이 잘 멈추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도 상처치유가 어렵거나 감염이 발생하는 등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형수술을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경우 자식이나 손주의 결혼식 등 큰 행사를 앞두고 급하게 성형 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젊은 사람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느린 점을 감안해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야 한다.
수술 전 건강 체크도 꼭 필요한 단계이다. 조 이사는 “노인들의 경우 가지고 있는 지병을 고려해 수술해야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며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에 대해 의사에게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성형할 병원을 고를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신문이나 잡지, 지하철 광고에서 발견되는 홍보문구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군데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경우에 따라 간단한 피부과 시술로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면에서도 사전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고 수술을 받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 이내로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 병원의 권고에 따라 이것저것 한꺼번에 받다보면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일도 허다하다.
조 이사는 “노인 성형의 경우 무조건 젊은층을 흉내내기 보다 나이에 어울리는 가벼운 정도의 수술이 좋다”며 “강제적으로 지방을 흡입한다거나 뼈를 깎아내리는 등 과도한 수술은 신체 기능을 위축시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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