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기다리지 마세요”… 실시간 대기자수 알려줘
“진료 기다리지 마세요”… 실시간 대기자수 알려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1.29 14:43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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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 통해 스마트해진 병원들
▲ 최근 병원들이 IT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사진은 입원환자가 침상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통해 스마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병원 들어서자마자 ‘환영’ 메시지… 태블릿 PC로 병원비 결제도
환자 맞춤형 진료 가능해져… 환자편의와 진료효율 동시에 상승

“30분 대기하고 5분 진료 받고 나와요.” 병원에 대한 불만 사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긴 진료 대기 시간’이다. 특히 환자가 많이 몰리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경우 한 번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30~40분의 대기는 필수다.
이마저도 예약했던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진료 순서가 터무니 없이 밀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촬영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하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기까지 적어도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환자들은 맘 놓고 화장실도 한 번 제대로 가질 못하니, 벌 서는 기분을 느낀다.
병원들은 진료실 앞에 모니터를 설치해 진료 순서를 알려주거나 예약이 많은 날의 경우 당일 진료 접수 분을 제한하는 등의 대안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긴 대기 시간에 대한 체감을 줄이기에는 버겁다.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병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손가락으로 쉽게 조작되는 소형 컴퓨터) 등의 IT 기술을 이용해 병원 내 각종 의료정보시스템을 결합시켜 환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은 이를 이용해 진료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화상면회, 복약안내, 진료과 찾기, 퇴원수속까지 할 수 있어 만족도가 커지고 있다.

◇터치패드 등 이용해 편의성 증가
청진기와 알아보기 힘든 글자가 쓰인 차트. 병원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런 풍경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대형 병원 대부분이 스마트 병원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처방전과 필름은 자취를 감췄고 모두 전산화, 영상화됐다. 병원들이 첨단모바일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용 설명처방시스템, 터치스크린(손가락으로 컴퓨터 화면에 대는 방식)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 시스템은 ‘베스트 가이드’이다. 진료실과 검사실 길안내,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안내해주는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한 후 진료를 예약하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인식해 ‘000님,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워준다.
앱을 열면 진료가 예약된 진료과 위치를 지도를 통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알려주며, 간호사실에서 접수를 하면 접수완료·진료대기·진료완료 등의 단계별로 내 상태를 확인시켜 준다. 진료 후에는 새롭게 추가된 검사 일정이 올라오며, 각 검사 방법에 대한 안내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지도를 통해 검사실 위치도 알려 준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료를 받은 허영숙(63)씨는 “병원에서 해야 할 복잡한 과정을 순서대로 휴대폰을 통해 알려주니 병원 이용이 한결 편해졌다”며 “단계별로 진료 과정 여부가 체크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빠뜨릴 염려가 없으며, 올 때마다 헷갈렸던 검사실도 지도를 통해 보기 좋게 안내해줘 편리하다”고 말했다.
해운대 부민병원도 최근 환자가 병원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앞으로의 동선과 대기자 수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진료 카드’앱을 도입했다. 환자가 진료실 앞에서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도와주며, 다른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 진료실로 돌아가야 할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입원 환자를 위한 첨단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각 침상마다 터치패드를 설치해 시트교체, 청소요청, 병실이동, 식단 메뉴 선정 등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외래기록이나 입원기록과 같은 제증명 신청도 가능하게 했다.
강북삼성병원은 모든 병동에 태블릿 PC를 설치, 환자나 보호자가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볼 수 있게 해 의료진과 환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했다. 필요한 물건을 태블릿 PC로 선택하면 편의점에서 직접 병실까지 배달해 주고, 개인침대에서 TV시청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인터넷도 할 수 있다. 또한 오늘 받을 검사의 종류와 검사 방법, 먹고 있는 약물의 종류와 복용법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가 침대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서로 통화할 수 있는 화상면회는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의료진과의 대화도 가능해 빈틈없는 진료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병실결제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병실결제서비스는 퇴원 전 환자가 태블릿 PC를 통해 병실에서 진료서비스내역을 듣고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병실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여러 창구를 돌아다니며 퇴원수속을 밟지 않아도 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환자 맞춤형 감성치유시스템
IT 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진료도 눈에 띈다. 서남의대 명지병원은 환자 스트레스정도에 따라 맞춤진료가 가능한 감성치유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방사선치료에 앞서 암환자들의 스트레스지수를 체크하고 환자들이 좋아하는 조명, 음악, 사진, 아로마 등을 직접 선택하게 해 전자태그(RFID) 카드에 입력, 검사하는 동안 환자가 선택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정 환자에 대해 그가 무슨 암 치료를 받는지, 건강 상태가 어떤지, 무슨 음악과 색깔을 좋아하는지 등을 데이터화함으로써 그 환자가 방사선 치료실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조명 색깔이 바뀌고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방사선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치료 시 소음 등으로 인해 긴장하기 쉽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은 가족사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등을 들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대부분 금방 안정을 찾는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병원들도 카멜레온처럼 주변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의료와 병원환경의 패러다임에 대해 연구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사고와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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