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고 발음 구별이 어렵다면 ‘난청’ 검진을
목소리 커지고 발음 구별이 어렵다면 ‘난청’ 검진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1.29 14:57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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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증상과 치료법
▲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음이 발생되는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소음에 오래 노출될 경우 잘 나타나… 서서히 진행돼 인지 어려워
청각장애인 판정 받으면 보청기 지원금… 최대 131만원 환급

주부 박혜자(65)씨는 최근 동창 모임에 참석한 이후 좌절감을 느꼈다. 친구들과 달리 대화를 잘 듣지 못하고 되레 질문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도 일상적인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였다. 심각함을 느낀 박씨는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청력검사 결과, 내이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 노인성 난청이란 판정이 나왔다. 보청기 착용이 시급한 상태였던 것이다.
노인성 난청이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생리적 노화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성변성이 원인이다. 즉, 듣는데 관여하는 신경기관이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난청은 이같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교통소음이나 기계음, 시끄러운 음악에 오래 노출됐던 사람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청력손실 느끼기 어려워 방치
노인성 난청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기 보다는 소리가 서서히 안 들리면서 시작된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노인성 난청 초기에는 고음을 듣는 힘이 떨어지고 점점 진행함에 따라 저음영역으로 확대된다. 고음영역은 자음과 모음 중, 자음을 알아듣는데 주로 관여를 하기 때문에, 초기 고음영역에 청음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밥’, ‘밤’과 같은 비슷한 말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또 음정이 높은 여자의 목소리보다 남자의 목소리가 더 알아듣기 편하며,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 같으며, 한쪽 또는 양쪽 귀가 울리거나 ‘우르릉’ 또는 ‘쉿’ 하는 이명이 생길 때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대화가 어렵게 돼 자신감이 결여되고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본인이 청력의 손실을 느끼기 어려운데다 노화에 따라 그 손실 정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시기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대개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거나 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활을 위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적다. 청력 감소가 있는 노인 중 보청기를 착용자가 18% 정도 밖에 안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청력손실은 단순히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상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소리는 들리나 그 말소리의 뜻이 명료하게 전달이 안 돼 무슨 말인지를 잘 못 알아듣는 것 또한 노인성 난청의 특징적 소견이다. 주변에 소음이 있을 때 이러한 정도는 더욱 심해지는데 이것은 뇌 측두엽의 세포 수가 감소하고 뇌에서 정보처리를 하는 시간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 달라
난청은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청력검사 등을 통해 난청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이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은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화나 소음 등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보청기 처방이나 인공와우 이식술 등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난청의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보청기를 구입하면 남아있는 청력까지도 손실될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한다는 것은 부족한 청각을 개선해 잘 듣게 하는 것 뿐 아니라 노후의 전반적인 생활 적응력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보청기 가격이 워낙 비싸 섣불리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보청기 가격은 보청기의 채널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십만 원에서부터 최대 600여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가끔 가격 부담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보청기를 빌려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청기는 안경처럼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보청기를 빌려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저렴하게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보청기 구입 시 지원해주던 보장금을 4배가량 대폭 확대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청각장애인에게 지급되던 장애인 보장구 급여비(보청기 구매 시 환급액)를 기존 34만원에서 131만원으로 확대했다. 보조금은 5년에 한 번(한 쪽만 인정) 지원되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는 131만원이 지원되고 일반 청각장애인은 이 중 90%인 117만9000원이 지원된다.
청각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에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선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찰을 통해 정확한 청력상태를 파악하는 것부터 필요하며, 난청이 확인됐다면 보청기의 종류, 형태에 따른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초기착용 후에는 적응과 조절을 한 달여간 반복하는 장기착용의 과정을 밟게 된다.
보청기로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심한 난청 환자에겐 인공와우 이식술이 필요하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와우(달팽이)를 난청 환자의 달팽이관에 심어주는 수술이다.
인공와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하나는 몸 밖에 착용해 소리를 받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어음처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몸 안에 이식돼 어음처리기에서 보낸 신호를 받아 청신경에 전달하는 이식체이다. 이식체에는 백금으로 만든 실 같은 전선이 들어 있으며 이를 달팽이관으로 삽입, 청신경과 연결되도록 해 소리를 전달한다.
전선이 달팽이관에 삽입되면 청각세포가 파괴돼 기존에 남아 있던 청력이 손실되기 때문에 인공와우는 청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보청기를 청각재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과음과 피로 피해야
한번 나빠진 청력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청력을 악화시키는 일반적 난청의 위험 인자를 피하는 습관을 가지면 노인성 난청을 예방하고 그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 과음과 피로, 스트레스는 청력 손상을 앞당기기 때문에 적절한 조절과 자기관리가 필요하며, 소음이 발생하는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이요법도 난청 예방과 완화에 도움이 된다. 호두, 땅콩,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굴, 참깨, 달걀노른자, 치즈 등에 많이 들어있는 아연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엽산이 많이 들어있는 브로콜리, 시금치, 간, 삶은 달걀, 아보카도도 좋다. 또 귀는 잠을 자지 않으면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기관이므로 보통 밤 11시~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보청기는 일종의 재활수단이다. 즉 보청기를 이용해 ‘잘 듣게 되는 것’이지 ‘청각신경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닌 만큼 평소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난청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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