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MC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잖아요
예능MC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잖아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2.05 10:47
  • 호수 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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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방송된 KBS2의 예능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선 시집을 간 후에도 친정어머니에게 뒷바라지를 요구하는 철없는 딸이 출연했다. 어머니가 종양수술을 한 날에도 아이 기저귀를 사다달라고 요청한 이 딸의 사연은 많은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다음날 이 딸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포털사이트가 도배됐다.
1월 30일 방송된 SBS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도 4자매 중 혼자만 뚱뚱해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셋째 딸의 사연이 소개됐다. 어머니와 세 딸이 셋째 딸에게 충격요법을 주는 장면 역시 시청자의 분노를 낳았다. 마찬가지로 이튿날 이 사연은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고민을 가진 시청자들이 출연하는 일종의 토크쇼가 잦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보는 예능프로그램이 오히려 짜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제시한 사례는 두 건이지만 거의 매주 등장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어느 가정이나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화를 통해 극복하며 가족애를 키워나간다. 해결이 안 될 때는 정신과 의사나 전문상담사를 통해 해결하기도 한다. 가족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공부한 전문가들이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다르다. 특히 문제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방송이지 교양프로그램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MC들도 상담과는 거리가 먼 코미디언으로 구성돼 있다. 비전문가에게 가족의 은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안녕하세요’의 경우는 한 술 더 떠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사안을 투표를 통해서 방청객으로 하여금 고민의 깜냥이 되는지 안 되는 지를 평가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당 방송이 명쾌하게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사람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돈 몇 푼 쥐어주고 돌려보낼 뿐이다. 사태가 커져도 출연자들이 원해서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작은 문제를 안고 있던 집안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족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실제 동상이몽에 스킨십이 심한 아빠로 출연했던 한 남자는 잠재적 성범죄자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사연을 제보한 딸이 직접 나서서 훌륭한 아빠라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이때도 동상이몽 제작진은 뒷짐을 지다 딸의 해명으로 자신들에게 화살이 날아오자 사과를 하는 촌극을 벌였다.
가족이 문제를 겪고 있더라도 방송이 그들을 희롱할 자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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