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 임산부 감염 시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
백신 없는 ‘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 임산부 감염 시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2.05 10:51
  • 호수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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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대륙에 이어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도 감염자가 속출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발원지가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릴 브라질이라는 점에서 세계적 대확산의 공포가 더 크다.
WHO는 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지카 바이러스’ 유행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유행하는 남미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보건당국도 해외 입국자를 통해 질환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집트 숲 모기를 매개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미열이나 결막염, 피부 발진 등을 일으킨다. 대개 2~7일이면 증상이 가라앉고 아무런 증세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브라질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서 이 바이러스는 특히 임신부와 예비 임신부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머리 둘레가 현저히 작은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을 안고 태어난 신생아는 두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각종 뇌 신경장애와 발육장애를 겪을 수 있으며 조기 사망할 수도 있다. 해마다 수십 건에 불과했던 브라질의 소두증 의심사례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월 2000~3000건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가설은 현재까지는 브라질에서만 제기됐다. 그러나 WHO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이 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주요 국가들도 대체로 이런 기조 아래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이나 국가의 여행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그동안 지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태평양 섬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보고 된 이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유행지역이 확산돼 현재 27개 국가에서 환자가 발생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도 이미 감염권에 들었다.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여행국가인 만큼 우리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현재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사례로 7건이 신고 됐으며, 이 중 4건은 음성으로 확인되고 3건은 검사 중에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따라 이 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위기 단계는 ‘주의’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은 적지만 해외 발병지에서 감염된 환자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별도의 백신이 없어 현재로서는 감염 사례가 나타난 국가로의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다. 부득이하게 여행을 해야 한다면 방충망 또는 모기장이 있고 냉방이 잘 되는 숙소에서 생활해야 하며, 야외 외출 시에는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모기는 어두운 색에 더 많이 유인되므로 활동 시 가능한 밝은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감염 국가로의 여행 이후 2주 이내 발열, 발진, 관절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며, 의료기관 방문 시 의료진에게 최근 해외 여행력을 알리는 것이 필수다. 증상이 발생하지 않아도 한 달간은 헌혈을 금해야 한다.
한국이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대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매년 국민 수백만 명이 해외여행을 하고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여행객이 방문하는 나라다. 방심이 재앙을 불렀던 메르스 사태를 절대로 되풀이해선 안 된다.
국내 환자 발생을 막을 매뉴얼을 만들고 공항·항만과 의료기관 간 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와의 공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시민들도 감염지역 여행을 자제하고 당국의 권고에 성실히 응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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