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충격패…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 오나
이세돌 9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충격패…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 오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3.11 11:39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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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이 3월 10일 알파고와의 제2국에 출전하기에 앞서 상기된 표정으로 VIP실로 향하고 있다. 이 9단은 첫판에 이어 둘째 판에서도 충격의 불계패를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에 제1국과 2국에서 연패하자 전세계 바둑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인간이 진 것이다.
1국에서 이세돌 9단이 흑돌을 잡고 첫 수로 우상귀 소목을 선택하자, 알파고는 대리인인 구글직원 아자황을 통해 1분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았다. 알파고는 거의 규칙적인 시간을 쓰며 차분히 반상을 채워 나갔고 마침내 186수만에 이세돌 9단을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인류의 인공지능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3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는 바둑 전체의 판세를 가늠해 가면서 중반이후 ‘승부수’를 던지는 등 종횡무진의 활약을 보였다. 초반에 우위를 차지한 것은 알파고였다. 이후 이세돌 9단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중반에는 이세돌 9단이 좌 중앙에 큰 흑집을 지어 다소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리한 판세를 읽은 알파고는 무서운 승부수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프로기사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과감한 우변 침입에 나서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킨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첫 대국을 가진 뒤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바둑 면에서 이야기하면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나한다. 이렇게 바둑을 둘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제2국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3월 10일 열린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211수만에 백돌을 쥐고 불계패 했다. 이 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며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에 충격의 2연패를 당한 뒤 12일로 예정된 제3국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알파고의 실력에 놀란 바둑팬들은 이 9단이 알파고에게 5전 전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전망을 하고 있다.
백돌과 흑돌을 차례로 놓으며 누가 집을 많이 짓느냐로 승부를 가르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전 우주의 원자 개수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점은 무려 361개나 돼서 경우의 수가 많고,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악착같은 승부근성까지 덧붙여지면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난다.
대국 전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경우 통계적으로 역대 기사들이 가장 많이 둔 수를 선택할 것이어서 이 9단이 의외의 수로 판을 흔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중국 판후이 2단과 가진 다섯 번의 대국에서 대체로 초반 포석에서 밀렸다가 판 2단의 중반 실수를 파고들어 역전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이 알파고는 더욱 강하고 유연해졌다. 3000만 건의 기보 데이터를 새로 분석하고 450만 번 이상의 대국을 소화하면서 스스로 학습 능력을 키워 자신의 약점을 틀어막은 셈이다.
알파고의 예에서 보듯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하며 추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영화 속에서나 보는 가상현실에 그치지 않을 것이 예고된 셈이다. 이미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이 하던 단순작업을 대체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통역‧법률‧의료 등 전문 직업까지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을 무조건 우려할 것만은 아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질병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가 전망되고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집단지성이나 빅데이터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인간의 승리다. 막연한 우려보다는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게 급하다.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진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을 급격히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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