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받은 사랑, 나눔으로 사회에 갚으면 온 국민이 행복”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랑, 나눔으로 사회에 갚으면 온 국민이 행복”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3.11 11:41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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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생 참행복나눔운동 이사장

건국대 총장 등 역임한 과학계 원로… 소외 청소년 멘토 맺어주기 운동 펼쳐
“고비마다 날 잡아준 사람 덕에 성공… 돈 없어도 따뜻한 마음 나눌 수 있어”

과학도들에게 진정한 멘토로 평가받는 이가 있다. 대한민국 동물생명공학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 온 정길생 참행복나눔운동 이사장이다. 정길생 이사장(75)은 1959년 건국대 축산학과에 입학했고 일본 교토대에서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 건국대 총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까지 역임한 과학기술계의 원로이다.
순수한 과학자이면서 사람을 보듬는 따뜻한 인품으로 젊은 후학들이 따르는 스승인 정 이사장은 동물생명공학에서 시작해 시험관아기 시술에 필요한 기초연구에 이르기까지 여러 연구업적과 발자취를 남겨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일익을 장식했다.
그리고 최근 그가 새롭게 시작한 참행복나눔운동은 나눔을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다함께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일이다. 정길생 이사장을 만나 ‘참행복나눔운동’의 탄생과 배경, 계획과 함께 열정이 가득한 그의 삶을 살펴보았다.

-‘참행복나눔운동’이 무엇인지.
“참행복나눔운동은 우리 각자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장학, 복지 등 공익분야에 자신의 재능과 재화의 일부를 조건 없이 나누고, 그 귀한 뜻을 후대에까지 이어 나가자는 국민정신 운동입니다.”
-어떻게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보상을 기대하는 투자적인 나눔으로는 행복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조건이 있는 나눔은 받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물이나 재능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어줄 때 비로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같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주축 멤버라고 들었다.
“이 운동을 정신적으로 이끌어주고 있는 자문위원들은 전 국회의장을 역임한 김재순 샘터사 이사장과 김경래 유산안남기기운동 대표,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전 서울대학교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인 정근모 해비타트코리아 이사장 등 20명 정도가 있습니다. 공동대표로는 저와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이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이은방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분들은 각자의 활동영역에서 일가를 이루며 사회와 국가발전에 남 못지않게 기여해왔고 지금도 기여하고 계신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그러나 살아오는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아온 특별 수혜자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자기가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하려고 평소에도 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마침 2010년부터 과학기술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과학기술나눔포럼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포럼을 통해서 국민통합과 협력을 이루려면 국민이 마음을 활짝 열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부 인사를 중심으로 운동이 시작되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참행복나눔운동이 본격화 됐지요.”
-일반적인 나눔운동과는 다른 것 같다.
“참행복나눔운동은 모금운동을 통해 돈을 모으고 그것을 활용해 우리가 직접 나눔사업을 실시하는 형태의 사업은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업을 위한 간접경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낸 분들의 뜻이 왜곡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눔의 소중함을 널리 알려서 많은 국민들이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고,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베풂을 실천하겠다는 분들을 직접 우리가 연결시켜서 그들 사이에서 사랑과 베풂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사랑 나눔운동의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나.
“나눔 정신의 국민적 확산을 위해 서울과 지방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참행복나눔 포럼’을 일 년에 10회 정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어요. 이 포럼을 통해 나눔운동의 취지를 모든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 취지에 동참하는 동지들을 구하고 있지요. 또한 우리 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 탈북 청소년,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멘토를 만들어줘 그들이 희망과 꿈을 지니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어떤 분들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지.
“은퇴 과학 기술자 등 석학들입니다. 현재 50명의 멘토를 50명의 멘티에게 맺어줘 지원을 하고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벌써부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요. 최소 한 달에 한 번 멘토로서 도움을 줍니다. 학생들에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꿈을 심어주고 선량한 민주시민으로서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것이지요.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며 가정교사 겸 인생 멘토 역할까지 해요. 멘티 50명 중 5명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전국 각 대학과 연구소 대학원생, 연구원들을 해당지역에 살고 있는 불우 청소년과 결연시켜 멘토 내지는 학습 지도 요원으로서 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외 청소년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현재 약 8만 명으로 추정되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교육 여건에서 불리합니다. 부모 중 한 명은 외국인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학교와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해 고통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고교 진학률이 30%가 안 된다고 합니다. 한국인 가정(98%)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지요.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 아이들 성격이 삐뚤어지기 쉽고, 그런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사회의 불행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호적상 부모가 있을 뿐 실제론 소년소녀가 가장인 가정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 같은 소외 청소년들이 건실하게 성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나누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세상에서 남과 나눌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가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재능도 소중한 나눔의 재산입니다. 불가에는 ‘무전칠시’(無錢七施)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는 얼굴, 고운 말씨, 따뜻한 마음씨, 사랑이 담긴 눈길, 건강한 육신, 상대방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마음,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 등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성찰력은 돈이 없어도 가질 수 있잖아요. 이것을 베푸는 것도 매우 값진 시주로 여깁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나눔운동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정길생 이사장은 경남 산청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들 못 살았던 시절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다고 정 이사장은 회고한다. 일곱 남매 중 가장 똑똑하다는 이유로 여섯째였던 그 혼자 학교를 다녔다. 건국대학교 축산학과에 진학한 것은 학비와 생활비 일체를 지원하고 성적 우수생에게는 유학까지 보내준다는 조건이 그의 상황에 맞아서였다.

-어떻게 축산학과에 들어가게 됐는지.
“어릴 때부터 농사일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축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대학 갈 형편도 되지 않아 법관이 되기 위해 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상경했는데 버스에서 한 고등학생이 신문을 보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준다네? 무슨 이러한 대학이 다 있냐’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바로 버스에서 내려 그 학생이 보던 신문을 샀고 거기에서 건국대 축산학과 1기 장학생 모집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대학을 갈 수 있는 대안이 달리 없었기에 그길로 축산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전공은 적성에 잘 맞았나.
“법관의 꿈을 버리지 못해 축산공부를 하면서도 고시 공부를 꾸준히 계속했어요. 하지만 축산학이라는 운명의 끈은 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일본 교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을 때에야 결국 법관의 꿈을 포기하고 축산연구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은 빨리 버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행운도 따른 것 같다.
“맞아요. 축산학을 연구하면서부터 연구도 순조롭게 진척됐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곧바로 교수자리까지 얻게 됐지요. 어느새 동물생명공학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가면서 연구 성과도 인정받아 건국대학교 총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라는 책무를 함께 떠안게 됐지요.”
-가장 기억되는 멘토는.
“제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은 아버지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돈 보기를 돌보듯이 하라’는 것과 ‘사람은 어느 자리에 앉으면 주어진 책무에 충실해야지 자리를 즐겨선 안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머릿속에 박히도록 들었던 말인지라 항상 되새기며 산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참행복나눔운동에 동참하길 주저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저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며 ‘개천에서 난 용’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인생의 많은 고비를 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제가 사랑의 빚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나눔 생활 실천을 통해 나 자신의 참행복을 찾고 나아가 온 겨레가 참행복으로 대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여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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