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노인 돌보고 간호… 삶으로 스며든 인공지능
로봇이 노인 돌보고 간호… 삶으로 스며든 인공지능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3.18 08:55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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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글’ 필두로 인공지능의 헬스케어 분야 접목 활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결이 기폭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인공지능이 큰 사회적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분야가 ‘헬스케어’이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제품이 시판됐거나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는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품들이 세상에 나와 우리 삶으로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인공지능 로봇 ‘실벗’의 모습.

일본선 로봇 ‘페퍼’가 치매노인 돌봐… 한국도 ‘실벗’ 등 등장

헬스케어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이 가장 활발하다. 특히 거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그 선두에 서 있다.
구글의 제프 딘 수석연구원은 3월 9일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구글 인공지능의 다음 과제에 헬스케어 분야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혈당 측정기, 건강관리 플랫폼, 노화방지 치료제, 유전자 분석 등 헬스케어 관련 기술을 통해 평소 건강상태와 적절한 대응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알파고를 개발한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 ‘스트림스’도 내놨다.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의사나 간호사가 빠르게 진단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간 과도한 장기 손상자의 혈액분석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단 몇 초 만에 끝난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 접목될 수 있는 이유는 ‘딥러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처럼 학습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 번 저장된 정보는 프로그램이 손실되지 않는 한 영구 보존된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수많은 의학 교과서와 논문, 치료법 등을 학습한다. 1초에 200만 페이지를 해독하고 정보를 저장한다. 미국 최고의 암 치료기관 ‘MD앤더슨암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82.6%로 일반 의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인공지능을 이식한 헬스케어 로봇 ‘페퍼’(소프크뱅크)가 등장했다. 페퍼는 특히 노인복지 관련 분야에서 널리 활약 중이다.
일본 후생성(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의 15%(440만명)가 치매 질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 인지 장애에 해당하는 고령자도 380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로봇 페퍼를 활용한 치매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페퍼는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톤을 분석해 상황에 맞게 말을 건넨다. 몸체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운동도 가능하다. ‘가위바위보’ 등 게임도 함께 즐기며 두뇌 사용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이런 우수한 성능과 17만엔(약 177만원)이라는 파격적 가격 덕에 지난해 6월 판매 개시 1분 만에 1000대가 매진되기도 했다. 가정용 모델은 지난해 12월까지 7000대 이상 판매됐다. 또한 월 5만5000엔의 임대조건으로 업무용 페퍼를 계약한 법인은 1월말 기준 500개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사업단이 페퍼와 유사한 ‘실벗’, ‘메로’, ‘키보’을 내놨다.
실벗도 페퍼처럼 주로 치매 노인들의 간병 등 용도로 사용된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눈다. ‘뇌튼튼 노래교실’, ‘숫자팡’ 등 인지게임도 가능하다. 게임 난이도는 저장된 이용자의 정보에 따라 조정된다.
메로는 몸통이 없는 탁상용 얼굴로봇이다. 인간의 얼굴과 음성·동작 인식이 가능하고, 목을 끄덕이거나 얼굴을 양옆으로 돌릴 수도 있다. 2족 보행 로봇 키보도 유사한 기능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을 간호현장에서 활용하면 현재 간병인이 하는 식사보조, 일과 점검, 배설 보조 등 업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사고 기능까지 갖춰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정이 개입되는 서비스직 등은 아직 인공지능이 끼어들기엔 한참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의 데이터 처리 및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해 전략을 펼치지 못한다. 단적으로 페퍼는 노인 돌봄 수단으로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판 전 카페 종업원으로 투입됐을 당시 손님 응대에는 전혀 효용성이 없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빠른 계산 등이 필요한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처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의 대중화로 마부가 사라지고 운전수, 차량정비사 등이 생겨났듯 이를 관리하는 분야 등 일자리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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