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참패, 더민주 선전, 국민의당 돌풍
새누리당 참패, 더민주 선전, 국민의당 돌풍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4.15 14:59
  • 호수 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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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여소야대… 더민주 123석 확보, 원내 1당으로 등극
국민의당 호남서 23석 휩쓸어… 비례대표 합쳐 38석 차지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당초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는 ‘한 표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충격의 참패를 당하며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치 지형이 만들어졌다.
지난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더민주가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됐다. 더민주는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10곳에서 승리했으며, 새누리당은 105곳의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당은 25곳에서 선두를 확정했고 정의당은 2곳에서 승리했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58%로, 2004년 17대(60.6%) 이후 총선에서 12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가를 정당별 득표에서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을 얻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최종 의석수는 더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확정됐다. 무소속은 11석이다. 무소속을 제외한 야(野)3당만 합치더라도 무려 167석에 달하는 수치다.
새누리당은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122석)의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고,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무려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반면,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한 데 힘입어 당초 목표의석을 훨씬 상회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관례상 국회의장을 배출할 수 있는 최다 의석 정당이 됐다. 국민의당 또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는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교섭단체 구성(20석)을 훨씬 넘는 38석을 확보했으며, 정당 득표율에서는 더민주를 제치고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천 파동에 여당 지지층 실망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공천파동으로 인한 실망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줄곧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공천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섰다는 민심이 선거전 곳곳에서 나타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총선에 비해 높아진 20‧30대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김태호 최고위원도 뒤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선거로 인해 더민주는 당초 100석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선거 정국 직전 문재인 전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개편한 결과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체제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을 표로 흡수했다는 평가다. 야당 표를 흡수하기 보다는 상당수의 여당 지지층을 흡수하며 당의 확장성을 검증받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략공천으로 호남 지역을 석권한 것이 승부 요인으로 보인다.
주요 정당의 판세와 별도로 무소속 후보들의 열풍도 거셌다. 여야가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공천파동을 겪은 상황에서 이들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동정론 때문이라는 평도 있지만 이들의 당선은 오랜 기간 지역 표밭을 다져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인제‧이재오 등 거물 낙선
특히 이번 20대 총선에는 여야 중진 ‘거물’ 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는 8선 고지에 오른 반면 7선에 도전한 이인제 새누리당 후보와 6선에 도전한 황우여 새누리당 후보, 이재오 무소속 후보는 모두 배지를 달지 못했다. 경기 화성갑의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52.3%)는 김용 더민주당 후보(36.7%)를 제치고 8선 고지를 달성했다.
불과 26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후보도 있다. 인천 부평갑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와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는 14일 오전 개표가 99.98%까지 진행됐지만 결과가 판가름이 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오전 4시쯤 정유섭 후보가 4만2271표, 문병호 후보가 4만2245표로 최종 집계돼 26표 차로 정유섭 후보가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이에 문병호 후보 측 참관인들이 선관위에 재검표를 요구했고 선관위는 무효표로 분류된 1400여표에 대한 재검표에 들어갔지만 종전과 같이 정 후보의 당선을 발표했다.

강남서도 야권 승리 이변
여당 텃밭으로 불리던 강남과 분당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더민주 전현희 후보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을에 출마해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를 6624표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는 현역인 김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고, 개표 초반에도 김 후보가 앞섰으나 전 후보가 접전 끝에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강남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새누리당 아성이었던 서울 강남 벨트가 이번 총선에서 크게 흔들렸다. 서울 송파을에선 더민주 최명길 후보가 여권 성향의 무소속 김영순 후보를 4200여표 차로, 송파병에선 더민주 남인순 후보가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를 6500여표 차로 앞서 당선됐다. 강동갑에선 더민주 진선미 후보가 새누리당 신동우 후보를 3400여표 차로, 강동을에선 더민주 심재권 후보가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를 3200여표 차로 앞섰다.
더민주 김병관 후보는 정치 입문 4개월여 만에 야당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됐다. 판교에 있는 게임업체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 벤처기업인인 김 당선인은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돼 이 지역에 전략공천됐고, 새누리당 ‘친박’으로 분류되는 권혁세 후보를 상대로 승기를 잡았다.

영호남서 지역주의 깨고 당선도
전남 순천과 대구 수성갑, 대구 북을, 전북 전주을 선거구에서는 지역주의 장벽을 무너뜨린 당선자들이 탄생했다. 우선 더민주 김부겸 후보와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각각 대구 수성갑과 북을에서 당선하면서 동서로 양분된 지역구도에 균열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야권의 두 후보가 승리하면서 영남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재보선 당시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도 이번 총선에서 수성에 성공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전북 전주을) 후보도 이 당선자에 이어 호남에서 두 번째 새누리당 의원이 됐다.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탄생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당선자는 만 29세로 헌정사상 최연소 비례대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동시에 부녀 비례대표라는 이력을 추가했다. 그의 부친은 새누리당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5개월가량 14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도시개발(주) 김현배 대표(68)이다. 당초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6순위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예상해 7순위인 김 당선인의 당선이 불투명했지만 수도권 유권자들의 정당투표에 힘입어 여의도 입성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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