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소리 나는 어깨 통증… ‘오십견’ 아닌 경우 더 많아
‘악’ 소리 나는 어깨 통증… ‘오십견’ 아닌 경우 더 많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4.22 14:07
  • 호수 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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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질환의 종류와 치료법
▲ 오십견은 남이 도와줘도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지만 회전근개파열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올릴 수 있다. 사진은 어깨통증 증상을 확인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사진=모두병원 제공

오십견 어떤 방향으로 팔 올려도 아파… 무조건 수술보다 주사치료 먼저
회전근개파열 특정각도에서만 통증… 석회화건염 체외충격파 치료로 석회 제거

과수원에서 일을 하는 오원자(68) 어르신은 최근 과일을 따려고 팔을 들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꼈다. 무리하게 일을 한 탓으로 여긴 오 어르신은 약국에서 파스를 사다 붙이거나 찜질을 하며 통증을 달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어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고, 통증 탓에 팔을 툭 떨어뜨리는 일도 잦아졌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오 어르신은 ‘회전근개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관절내시경으로 봉합수술을 받았다.
어깨통증은 매우 흔한 질병이지만 원인과 증상이 다양해 잘못된 진단과 처치로 적당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파스를 붙이는 것에서부터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병원을 찾기 전 환자 스스로 해볼 만한 여러 대안이 많다는 점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어깨통증은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되거나 자연스레 낫기도 한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반드시 어깨를 전문으로 보는 정형외과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어깨통증은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다.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회전근개파열, 석회화건염 등이다. 사람들은 어깨에 통증이 있거나 움직임이 불편해지면 나이 탓을 하거나 오십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오십견은 전체 어깨 질환 중 5~20%에 불과하다.
오십견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어깨 관절 주위의 조직이 노화하면서 서로 들러붙거나 염증이 생겨 통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대부분 초기에는 극심한 어깨 통증을 동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이 줄어들기도 하나 점차 어깨가 굳어져 팔을 들기가 힘들어진다. 오십견을 앓게 되면 모든 방향으로 어깨 운동 범위가 줄어들고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올 수 있다.
오십견이라는 용어 때문에 오십견의 원인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병을 방치하기 쉬운데, 자칫하면 치료시기를 놓쳐 어깨관절의 기능을 되찾는데 힘들거나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깨 통증이 느껴진다면 가벼운 통증이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오십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통증의 조절과 운동범위의 회복이다. 오십견은 관절막의 염증으로 신축성이 없어져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염증을 줄이는 주사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염증 주사로 통증이 줄어든 이후에는 적극적인 스트레칭 운동을 통해 운동 범위를 회복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에도 통증 조절 및 운동 범위를 회복할 수 없다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초기 대처 없이 수술부터 받는다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오경수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오십견은 다른 어깨질환에 비해 예후가 좋기 때문에 무조건 수술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발과 호전이 반복돼 회복 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지속적인 스트레칭 운동을 한다면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전근개파열은 어깨 힘줄이 늘어나거나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회전근은 팔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지탱해주는 네 개의 근육이다. 이 회전근의 힘줄 다발이 회전근개이다. 중년이 되면 회전근개가 노화하는데, 나이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근력운동을 하거나 테니스·골프·배드민턴 등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힘줄이 늘어지거나 찢어진다.
회전근개파열의 증상은 어깨 통증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오십견과 비슷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회전근개 질환은 일정한 범위 내에선 어깨 동작이 가능하다. 예컨대 팔을 치켜 올리긴 힘들지만 내려뜨린 상태에선 활동이 가능하다. 반면, 오십견은 팔을 어떤 방향으로 올리거나 돌려도 아프다. 아픈 어깨 쪽으로 눕지 못하며, 옷을 입는 간단한 동작도 힘들다. 옆 사람이 팔을 들어줘도 통증이 심해 올리기 힘들다.
회전근개 질환 치료는 일단 소염진통제로 시작하며, 깁스로 어깨를 고정시킨 채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 치료와 주사치료가 시행된다. 힘줄이 50% 이상 찢어졌다면 힘줄을 이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때는 어깨의 피부를 4~8㎜ 정도 절개해 관절내시경을 넣어 치료하는 관절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 어깨관절 안을 직접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MRI로도 놓칠 수 있는 부위를 잡아낼 수 있으며, 정상 조직의 손상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다.
석회화건염은 몸속 칼슘이 어깨 힘줄에 쌓이며 생기는 석회를 우리 몸이 이물질로 인식해 없애려고 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뚜렷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깨 힘줄의 퇴행성 변화나 어깨 과다사용, 운동 부족, 혈액순환 저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40~50대의 중장년층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며,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석회화건염은 어깨에 돌이 커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팔의 움직임도 제한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십견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바늘로 계속 어깨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상태는 심각한 것이다. 이때는 돌이 녹는 단계인데, 힘줄 내 세포들이 석회를 이물질로 인식해 녹이는 과정에서 주변에 강한 염증반응이 일어나 통증이 생긴다. 방치될 수록 만성화돼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석회화건염은 비수술적요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체외충격파 치료이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석회 침착 부위나 손상된 힘줄 부위에 강한 충격파를 쏴 석회질을 분해하고 손상된 힘줄의 회복을 촉진시켜주는 방법이다. 통증 완화는 물론 석회 제거까지 가능하다. 지속적인 비수술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석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깨 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어깨 근육을 이완시켜주기 위해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전할 때는 손을 핸들의 2시와 10시 방향에 놓는 것이 바람직하며, 어깨 통증이 있다면 운전석 높이를 높여주거나 핸들 잡는 위치를 아래쪽으로 내려 잡으면 무리가 덜 간다.
오 교수는 “잠을 잘 때는 베개 높이를 6~8㎝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목이 앞으로 숙여지게 돼 어깨 주변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를 피하고 될 수 있으면 한쪽 팔로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아야 한다.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테니스, 수영(접영)처럼 과도하게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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