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 전 조성된 공원… 전 세대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101년 전 조성된 공원… 전 세대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4.29 13:57
  • 호수 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에도 탑골공원이 있다 <3> 부산 중구 ‘용두산 공원’
▲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공원’은 시니어들과 젊은이들이 공존하는 지역의 ‘랜드마크’이다. 용두산 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피난민 애환 서린 40계단, 광복로 테마거리 등 인기

부산 중구 광복동엔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지역 대표 상징물)가 있다. 용두산 정상에 자리한 ‘용두산 공원’이다.
관광명소이자 시민들의 안식처로 유명한 이곳은, 지역 시니어 문화의 장이기도 하다. 용두산 정상은 광복동 테마거리 끝자락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로 쉽게 오를 수 있다. 그 덕에 해발 49m의 높이에도 매일 수백명의 고령자들이 공원을 드나들며 담소와 바둑 등 여가문화를 즐긴다.
용두산은 부산의 3대 명산 중 하나다. 원래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여 ‘송현산’으로 불리다 산세가 용 모양을 띄어 왜구들을 삼켜버릴 기상이라고 해 ‘용두산’으로 명명됐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이 용두산 정산에 용두산 신사를 세워 일본과 조선을 오가는 선박의 무사 항해를 빌기도 했다. 이후 부산상업회의소의 주관으로 1915년 11월 10일 산 정상에 근대적인 공원이 조성됐다. 1950년대 자유당 때엔 이승만 대통령의 호를 따 ‘우남공원’으로 불렸으나, 4·19혁명 후 원래 이름을 찾았다.
공원 안에는 부산타워를 중심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 독립 운동가 안희제 선생 동상, 용두산 공원비, 충혼비, 용탑, 꽃시계 등이 방문객을 반긴다.
부산타워는 공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부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973년 전국체전에 맞춰 세워진 이 타워는 120m로 국내 제일의 높이를 자랑한다. 타워 꼭대기의 전망대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 지붕에 얹혀있는 ‘보개’(寶蓋)를 본떠 만들었다.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부산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부산항과 영도대교의 불빛은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전망대의 등대는 일몰 후부터 저녁 10시 40분까지 남항과 북항을 지나는 선박들의 든든한 안내자가 되고 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으로 장식되는 꽃시계는 휴식공간은 물론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엔 힙합문화에 심취한 청년들이 공원에 모여 춤판을 벌였다. 청년들을 위한 문화의 장 하나 없던 현실에서 용두산 공원은 그들의 ‘놀이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공연 등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공원을 지키던 고령자들의 추억과 젊은이들의 열기가 더해져 용두산 공원은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휴식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부 고령자들에게 공원은 힘들었던 삶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후 부산에 흘러들어온 피난민이나 부두 노동자들은 공원 인근 40계단을 중심으로 판자촌을 이뤄 거주했다. 특히 피난민들은 판자촌 바로 앞 부두에서 건진 구호물자 등을 장터에 내다 팔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한 어르신은 “피난민들이 40계단에 앉아 낮에는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밤에는 부산항 북항에 정박한 배들이 밝히는 불빛을 내려다보며 향수를 달랬다”고 회상했다.
현재 40계단 거리는 오래된 맛집이 즐비한 지역 먹거리 상권이 형성됐다. 옛 정취를 살린 인테리어로 꾸민 음식점들이 손님을 반긴다. 근처 바다에서 건진 쭈꾸미는 공원 산책 후 술 한잔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공원 에스컬레이터와 이어지는 광복동 테마거리는 기찻길과 바닷길을 소재로한 볼거리들로 채워졌다. 기찻길 거리는 보도에 레일과 침목을 깔아 피난길 분위기가 조성됐다. 바닷길은 푸른 보도블록을 이용해 부산의 이미지를 상징하도록 했다. 이상연‧곽순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