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들의 ‘아름다운 변신’
동네 약국들의 ‘아름다운 변신’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5.06 15:21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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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약 안전성 확인부터 노인 건강 상담, 청소년 돌봄까지

관절염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 박정원(75) 어르신은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사러 집 근처 약국에 갔다. 그런데 약사는 “복용 중인 관절염 약에 소염진통제 성분이 이미 들어 있으니, 진통제를 별도로 사먹지 말고 일단 며칠 스트레스를 피해 쉬어 보라”고 말했다. 박 어르신은 약사 말대로 편한 마음을 먹고 쉬었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 서울시는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세이프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복약 상담해주는 ‘세이프 약국’… 폐지수거 노인 건강 관리도

지역 약국이 시민의 건강 관리자로서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약국에서는 주민들의 약력관리를 통한 만성질환 관리를 비롯해 일반의약품, 의료기기 등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약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센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약력관리부터 자살예방 도와
질병예방을 위한 약국과 약사의 역할은 지역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사업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13년부터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세이프 약국’ 시범사업이다.
3년 전 도봉구·강서구 등 불과 4개구 50여 개 약국에서 시작됐던 세이프 약국은 올해 15개 구, 210여 개의 약국으로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세이프 약국을 방문하면 현재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물과 건강기능식품을 파악한 후 약제 간 상호작용, 금기사항, 부작용 여부, 동일효능약품 중복투약 여부 등을 검토해 앞으로 올바른 복약방법을 상담해 준다. 더불어 건강정보 이해, 자살 및 우울증 상담기관 연계,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시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세이프 약국의 핵심 역할은 약력관리이다. 기자가 취재 차 방문한 서울시 구로구의 한 세이프 약국에서는 기침하는 어르신을 붙잡고 상담 중인 노수진 약사를 볼 수 있었다. 노 약사는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복약상담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는 어떤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는지 묻고 있었다. 약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환자는 칠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었다. 자세히 알고 보니 약을 타러 온 게 아니라, 집에서 챙겨온 약을 약사에게 보이며 상담을 받고 있던 것이었다. 대화가 끝나자 약사는 테이블 위에 펴 놓은 두툼한 서류철에 기록까지 했다.
기자가 이 어르신과 아는 사이냐고 직접 묻자 노 약사는 “뒤편 아파트 주민인데 당뇨, 혈압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있어 봐드렸다”고 했다. 노 약사는 환자가 원할 경우, 개인에 대한 약력관리와 상담, 5가지 이상의 약물 복용자 또는 2개 이상의 복합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시민들을 중점대상으로 선정해 약력관리를 봐주고 있다고 한다.
건강상담도 해 준다. 영양제 구입 상담이 대표적이다. 노 약사는 “영양제마다 성분의 종류와 함량이 다른데 어르신들의 경우 광고만 보고 무조건 사는 경향이 있다”며 “약사에게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질 등을 알려주고 상담하면 가장 적절한 영양제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을 위한 문지기 역할도 한다. 약사는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같은 정신신경계 관련 약물 복용자나 처방전 소지자, 우울증 의심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요인을 발견한 경우 정신보건센터 또는 의료기관 상담을 적극 권하고, 추후 재방문 시 상담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더불어 금연 프로그램도 운영해 흡연자에게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의료기관의 상담을 권고하고, 필요시에는 금연보조제도 제공해 금연 실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청소년에 의약품 제공도
저소득층 노인과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건강관리에 나서는 약국도 등장했다. 폐지 수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어르신돌봄약국과 기본적인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발굴해 지정약국에서 의약품 제공, 보호시설·의료기관 연계 등을 지원하는 소녀돌봄약국이 대표적이다.
어르신돌봄약국은 폐지수거 어르신과 1대 1 매칭형태로 건강상담, 일반약 등을 제공하는 서울시약사회의 사업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매월 1회 건강관리 증진상담과 약료관리서비스, 정서적 지지와 말벗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스류, 가정상비약,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조끼, 폐지수거에 필요한 카트 등을 보급한다.
소녀돌봄약국은 서울시 약국을 중심으로 노숙과 결식을 하거나 성매매에 빠지는 등 기본적인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가출 청소년에게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는 사업이다. 또한 보호시설·의료기관과 연계‧지원하는 활동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지역 보건소와 건강파트너로서 주민과 보건소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산의 ‘스마트 약국’과 심야약국 운영,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등을 실시하는 충남의 ‘건강도우미약국’이 각 지역의 건강관리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 부회장은 “최근 약국들은 사회적 약자들이 건강관리 상담과 약료관리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약국은 이들에게 든든한 건강관리자, 건강관리센터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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