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남발’ 트럼프, 美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적…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를
‘막말 남발’ 트럼프, 美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적…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5.06 15:32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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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의 경선 포기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은 첫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직 경력이 전혀 없는 도널드 트럼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트럼프는 지난 5월 3일(현지시각) 마지막 승부처였던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53.3%의 득표율을 기록해 압승을 거뒀다. 테드 크루즈 후보는 36.6%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쳐 인디애나 주 경선 후 경선 포기를 공식 선언했으며, 존 케이식 후보 또한 다음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트럼프가 공화당의 유일한 후보로 남게 됐다.
아직 경선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남은 경선에서 매직넘버(1237명)를 확보하게 되면 트럼프는 오는 7월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식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현재 트럼프는 대의원 1053명을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클린턴을 추격해 11월에 승리할 것이다. 그것도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그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지율은 한 자릿수 초반 대에 불과해 누구도 그가 경선에서 완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 해 8월 공화당 첫 TV 토론회에서 보기 좋게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기 시작하며 대선판을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의 대선 진출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46년 6월 14일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독일계 이민자 후손인 부동산 사업가 아버지를 따라 사업을 시작한 그는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부동산기업 ‘트럼프그룹’을 일궈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 100만 달러(약 12억원)로 사업을 시작한 그가 전 세계에 빌딩과 호텔, 골프장 등을 세우며 불린 자산은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른다. 한때 카지노 사업이 도산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불굴의 사업가 정신이 경선 레이스에서도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또 2004년 한 TV방송국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 진행을 맡아 인턴십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에게 “너는 해고야”(You are fired)라고 외친 것이 유명세를 타면서 미디어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폭스뉴스·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언론이 무시할 수 없는 막말과 기행으로 주목을 받았고, 결국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모토 아래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마약범이나 강간범에 비유하고 낙태여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고,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허무맹랑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이 극단적이면서 분열적인 발언에도 트럼프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에 더해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백인 중산층의 불안감과 박탈감을 자극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히스패닉(중남미계의 미국 이주민)의 급성장과 백인 인구의 감소세 속에서 점점 변방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 노동자 계층의 위기감이 트럼프 지지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본선은 상황이 달라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저질러온 멕시코인 등 히스패닉계를 향한 막말과 여성 비하 발언 등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본선에서 만날 경우 클린턴에게 우호적인 유색·여성 유권자가 트럼프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여전히 주류층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트럼프 돌풍은 우리에게도 발등에 불이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 심지어는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철회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하고 있다.
경제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폐기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에는 무려 45%의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극단적 보호무역정책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설령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경선 과정에서 쏟아냈던 황당한 공약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사실은 향후 대미 외교에 큰 도전이다. 앞으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더 큰 비용과 위험분담을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 내 미묘한 여론의 변화까지 빨리 읽어내고 대처하는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외교 당국뿐 아니라 기업과 민간 차원에서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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