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와 심혈관 질환 불러오는 미세먼지… 정부 대책은 오락가락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 불러오는 미세먼지… 정부 대책은 오락가락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6.03 15:15
  • 호수 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유지하자 대한민국이 비상이다. 이제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기에 앞서 미세먼지 농도에 신경을 더 곤두세워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나서긴 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충돌만 빚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환경의 질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미국 예일대학의 환경성능지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공기 질 수준은 세계 180개국 중에서 173위였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환경의 질이 미세먼지로 인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먼지는 여러가지 복합한 성분을 가진 대기 중 부유 물질로 대부분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 주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작은 먼지 입자들은 폐와 혈중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인체에 큰 위협이 된다.
미세먼지에 노출이 되면 기도 자극으로 인해 기침과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고 만성 노출 시에는 폐기능이 감소하고 만성 기관지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이나 폐질환자, 아이와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영향이 더 크며 심지어 건강한 성인이어도 높은 농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이런 증상들을 경험하게 된다.
어르신들의 경우 외출 전 미리 일기 예보를 확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신체가 노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외출에서 돌아온 후에는 샤워와 양치질로 몸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 성분을 제거해야 하며, 만약 눈이 따갑다면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을 활용하거나 깨끗한 물로 눈을 씻어 줘야 한다.
실내 공기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황사가 예고된 경우 창문을 닫고 있어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황사 성분을 막을 수 있다. 공기청정기가 있다면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사용해 실내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고 실내 청소를 할 때는 청소기 사용 전 물걸레로 먼지를 먼저 제거해 주는 것이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처럼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경유 값을 인상해 경유차(디젤차량)의 운행을 억제하겠다는 것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효과는 미미한데 비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는 지적에서다.
환경부는 디젤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암모니아와 반응해 미세먼지의 일종인 질산암모니움(NH4NO)을 생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일각에서는 비판한다. 우리나라보다 경유차의 비중이 훨씬 더 높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책임을 경유차에 뒤집어씌울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음식점을 상대로 한 미세먼지 저감 방안도 내놓았다. 소고기나 삼겹살,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돼 인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뿐 아니라 가정에서 가스레인지나 오븐 등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할 때도 미세먼지가 나온다. 그렇다고 음식점이나 가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비상사태를 몰고 온 주요원인일 리는 없다. 관련업계가 자율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설비를 갖추게 되면 모를까 정부가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근본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미세먼지 발생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화력발전소와 각종 중화학공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지역과 공장이 많은 울산지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자동차가 많은 서울보다 높다. 따라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석탄 화력발전소 대신 가스 화력발전소를 활용한다거나 오염물질 저감 장치 등의 설비를 확대하는 등 보다 장기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흔히 미세먼지를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급성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폐 깊숙이 침투하여 서서히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강 건너 불처럼 보아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근본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건강하고 깨끗한 실내공기 질의 확보를 위해 제대로 된 환기설비의 보급과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