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도 이젠 제3세대로 진화
암 치료도 이젠 제3세대로 진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6.10 10:44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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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거의 없고 완치율 높은 ‘면역항암제’ 등장

지난해 91세 나이에 ‘전이성 흑색종’ 진단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간으로 퍼진 암을 수술했지만, 뇌까지 전이되면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 자신조차 운명은 신의 손에 달렸다고 할 만큼 누구도 그가 완치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3세대 항암제라고 불리는 ‘면역항암제’로 치료 받은 지 4개월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완치율이 높아 암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사진은 흑색종과 폐암치료에 효과를 가진 ‘옵디보’(왼쪽)와 키트루다.

면역 기능 살리면서 부작용 줄여… 고가의 치료비가 문제

수술, 항암제, 방사선으로 대표되는 3대 암 표준 치료법이 환자가 가진 고유의 면역 기능을 살리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유전자치료, 고주파·초음파치료 등도 도입되면서 암 치료 방법이 점차 다양해졌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암 치료분야는 항암제이다. 과거 1세대 화학항암제의 경우 종양뿐만이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사멸시키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보통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이 암환자가 되면 머리와 손톱이 빠지고 구토를 하는데, 이는 모두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의 경우 특정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여 암을 제거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아 획기적인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더불어 백혈병 등과 같은 혈액암과 유방암 등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항암제이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표적항암제가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적응증을 가져 제한적으로 투여할 수밖에 없고, 암세포가 ‘표적’을 찾을 수 없도록 변이되면서 더 이상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그 대안으로 3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화학항암제나 암 관련 유전자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몸이 암세포에 맞서 싸우도록 면역 반응을 강화시키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개선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기전은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수 없는 치료 효과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의 생존 곡선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면역항암제는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 20%에서 거의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률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폐암 3기의 말기 암환자였던 한 남성 환자(49)는 진단을 받은 뒤 방사선 치료,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병용한 약물치료 등을 시행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더 이상 남아 있는 치료 방법이 없는 그에게 병원은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해보겠느냐고 권했고, 그와 가족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참가에 응했다.
그 후 면역항암제를 3주 간격으로 투여 받은 그는 폐에 생긴 종양의 크기가 많이 줄었고, 호흡곤란 증상도 나아졌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직장생활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특징은 특이성(각 항체는 오직 그 항체를 만들게 한 항원과만 반응)과 기억 능력, 적응력인데 면역항암제는 이러한 인간 면역 체계의 기본적인 특징을 증강시킴으로써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며 “인체 면역 시스템의 기억력과 적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1‧2세대 항암제에서 보여주지 못한 지속 가능한 항암 효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적용할 수 있는 증상은 많지 않다.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은 피부암과 간암뿐이다. 최근에는 폐암으로까지 적용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흑색종 치료와 폐암치료에 효과를 가진 ‘키트루다’(MSD)와 ‘옵디보’(BMS), 흑색종 치료제 ‘여보이’(BMS), 간암 치료제인 녹십자셀의 ‘이뮨셀-LC’ 등이 있다.
또한 비싼 약값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신약 중에서도 고가로 손꼽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이 1회에 500만~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편이다. 약값만 연간 1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셈이다.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 불리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면역항암제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보험적용이 발 빠르게 이뤄진 상태다. 영국은 지난해 9월 통상적으로는 90일이 걸리는 평가기간을 1달로 단축해 보험 적용을 승인했고, 호주도 진행성 흑색종 치료에 한해 면역항암제를 급여목록에 등재했다.
국내에서는 위험분담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정부 재정과 환자,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는 것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대체가능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로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등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제약회사가 각각 보험료를 분담하는 위험분담제를 면역항암제와 같은 고가 의약품에 하루 빨리 적용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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