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단계 재활병상 도입 시급”
“회복단계 재활병상 도입 시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6.24 10:31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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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3개월마다 병원 전전… ‘재활난민’ 양산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재활의료의 필요성은 급증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재활병원협회가 지난 6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재활의료체계 한일국제심포지엄’에서다.

▲ 재활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모습. 사진=브래덤병원

동일 환자 3개월 이상 치료시 입원료 지원 40% 삭감
재활병원 ‘절대부족’… 환자 대부분 재활치료 기회 놓쳐

재활의료는 질병 또는 외상 후 신체기능의 손상을 최소화해 남아 있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합병증과 후천적 장애를 예방하는 특수한 의료분야로, 최근에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재활치료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급성기-회복기-만성기’의 재활의료체계가 제도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회복기 재활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이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재활병원 제도 도입의 토대는 마련됐으나, 의료법상 종별(의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구분에 재활병원이 빠져 있어 법률적 근거가 미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일 환자를 3개월 이상 치료할 경우 병원에게 지급하는 건강보험 입원료를 40% 삭감하는 수가체계 때문에 환자들은 3개월 마다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우봉식 재활병원협회장은 “현재의 재활의료체계는 급성기 병원(대학병원)에서 3주, 요양병원에서 3개월이 지나면 40%의 입원료를 삭감하도록 돼 있어 환자를 다른 병원 또는 요양병원으로 보냈다가 일정 기간 후 다시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식의 재활치료로는 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회복기 재활병원제도 도입 필요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적은 것도 문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립재활병원 1곳과 권역별 재활병원 6곳, 재활의학과 전문병원 10곳, 그리고 국토부가 운영하는 국립교통재활병원 1곳 등 18곳(총 3100병상)이 전문적인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늘어가는 재활치료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수적으로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적어도 국내에 3만 병상 이상의 재활병상이 있어야 적절한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우봉식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재활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한 대부분의 환자는 1400여개의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전문 재활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재활치료가 필요한 회복기에 2~3개월 간격으로 반복적인 재입원을 하다보면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는 비율 또한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이같은 재활의료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활의료 전달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측의 주장이다. 손민균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재활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기에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급성기 재활병동, 최대의 기능 회복을 이끌어 내는 재활전문병원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민균 교수는 “적절한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의 질환이 호전되면 수가가 깎이는 기형적인 수가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재활병원제도 도입에 대한 법률적 기반이 마련된 지금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나라에 맞는 재활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재활병동제도 성공적 안착
일본의 경우 집중적인 재활을 시행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재활에 관한 수가체계를 개선하고 회복기 재활병동을 제도화해 현재 약 8만 병상을 운영 중에 있다. 제도의 골자는 재활 분야에서도 급성기·회복기·만성기 의료기능을 구분하고, 재활전문병원을 전국에 설립해 거주지 재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재활병원 제도 도입 결과, 일본은 재활병동 조기 입원 의무화와 생활권에서의 재활치료가 정착됐으며, 입원일수가 감소하고 재택 복귀율은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
소노다 시게루 일본 회복기 재활병동협회 회장은 “한국도 일본의 재활의료제도 정착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시행착오를 줄여나가 재활병원제도를 조속히 정착시켜야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일본은 1950년 전후 출생 세대들이 70세에 도달하면서 예상되는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오는 2025년까지 급성기 병상은 축소하고 회복기 병상을 26만 병상까지 늘리는 계획을 실현 중에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도 재활의료체계 개선에 동의하며 ‘보건’과 ‘복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영훈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재활의료체계 개편은 초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도를 줄이고 가정 복귀율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문제는 재활의료기관을 어떻게 지정하고 시설, 인력, 장비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올해 안에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체계의 내용을 정하고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종수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도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의 장애도를 줄이고 건강하게 가정과 사회에 복귀시키면 장애인 의료비와 국가 보험재정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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