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시간 엄격히 통제… 응급실엔 1인씩 칸막이
문병시간 엄격히 통제… 응급실엔 1인씩 칸막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7.08 11:06
  • 호수 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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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1주년… 병원문화 얼마나 달라졌나

지난해 전 국민을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만6993명이 메르스로 인해 격리생활을 해야 했다.
특히 소수의 메르스 확진환자에 의해 다수의 감염환자가 발생한 데에는 붐비는 응급실과 가족 중 누군가는 곁에 있어야 하는 간병 문화, 병원 여러 곳을 다니는 의료쇼핑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들이 응급실 시스템을 개선하고 병문안 형태를 바꾸는 등 병원 내 감염관리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병상마다 칸막이를 설치한 응급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용 전 ‘발열 호흡기 진료소’ 거치도록
문병객 통제엔 아직 애로 … 여전히 감염관리 부실한 병원 많아

1년이 지난 현재 보건당국과 대형병원들은 응급실 시스템을 개선하고, 병문안 형태를 바꾸는 등 철저한 병원 내 감염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은 병문안 문화 개선이다. 또한 감염병이나 호흡기질환에 의한 감염 차단을 위해 응급실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음압격리병동이나 음압격리실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본관에 들어서자 “모든 병동에는 출입문이 설치돼 ‘보호자 출입증’을 소지한 보호자 1인만 병동 출입이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취재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병동 출입구 앞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안내방송처럼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출입을 엄히 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병원 관계자는 “이 문은 병원 입원 시 환자에게 나눠주는 손목형 밴드와 보호자 1명에게 배부하는 목걸이식 출입카드로만 열리게 돼 있다”며 “나머지 일반 면회객들은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2시간 동안만 방문이 허용되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추가로 면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입원할 때 환자의 손목에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진 녹색 밴드가 채워지는데, 병동의 입구에서 슬라이딩 도어를 열 때 기계에 밴드를 가져다대면 문이 열린다. 보호자 출입증은 환자의 이름이 적힌 명찰형태로 제작됐다. 기자 또한 병원 관계자를 만나기 전까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같이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50대 환자 보호자인 김 모씨는 “병문안 단체방문객이 줄어들어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외부인 면회시간이 종료되면 병원에서 안내방송을 해 편하다”고 말했다.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병동 내 철저한 감염 예방을 위해 감염성 질환자와 감염에 취약한 미취학 아동, 노약자, 그리고 단체 면회객의 면회는 제한된다. 무분별하게 병원을 드나드는 문병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한 원인이 된 만큼 이를 제도로 제한해 만에 하나 있을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병문안 제한 조처로 직원과 문병객 간 마찰 또한 종종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 면회 시간인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일반 면회객 20명 정도가 병동으로 출입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들었다. 모인 사람들 중 몇몇이 “미리 올라갈 수 없느냐”라고 보안요원에게 물었지만 보안요원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일부 면회객들이 “병실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미리 올라가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인데 왜 그렇게 깐깐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면회제한이 강제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다 보니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지방 등 먼 곳에서 찾아온 문병객을 무작정 돌려보낼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응급실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별도 건물에 마련된 ‘발열 호흡기 진료소’ 내 선별진료실에서 감염병과 관련된 문진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감염병 관련 증상이 있는지 확인 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칸막이가 설치된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개방형‧다인실 구조로 운영되던 기존의 응급실 병상은 메르스 사태 이후 모두 1인 구역으로 바뀌었다.
만약 감염병이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진료소 내 음압격리실로 이동하게 된다. 발열호흡기진료소와 연계돼 운영되는 11곳의 음압격리병동은 다른 일반 환자에게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별도의 건물에 지상 1층부터 3층 규모로 따로 세워졌다. 이곳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환자는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관리와 병문안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의 경우, 감염환자들이 많은 호흡기내과 진료 대기실이 개방형으로 운영돼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높였으며, 간호사나 직원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면회시간이 아닌 시간에 면회객들이 오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면회 시간인 20분을 초과해 나오는 면회객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면회객들은 병원 관계자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는다.
중소병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면회 제한에 대한 안내문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드물고 입원 병동도 환자들과 문병객들이 뒤섞여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민응기 대한병원협회 대변인은 “면회 제한에 대한 방문객들의 불만이 너무 커 병원이 모두 제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다”며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하기 어려운 것은 알지만 환자와 시민들의 의식 향상을 위해서라도 감염병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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