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인 ‘영양 수액주사’ 독이 될 수 있다
습관적인 ‘영양 수액주사’ 독이 될 수 있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7.15 10:45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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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고 수시로 맞는 사람 많아… “피로회복 효과는 일시적”

최근 혈관을 통해 영양제를 공급하는 수액주사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기력이 없는 어르신들이 몸의 회복을 위해 수액주사를 많이 찾고 있다. 기존에 먹고 있는 약도 많은데 여기에 얹어 약을 먹으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주사제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촌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경우 쌈짓돈을 모아 지역 의원에서 단체로 수액주사를 맞으러 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마늘주사‧비타민주사 등 종류 다양… 1회 2만~10만원까지 천차만별
가이드라인 등 안전성 기준 없어… 충분한 휴식·영양섭취가 더 효과적

▲ 영양을 보충한다고 습관적으로 맞는 영양 수액주사는 다소 피로회복 효과는 있지만 일시적인 것이며, 자신의 몸 상태 확인 없이 함부로 맞았다간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강상의 문제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수액은 영양을 공급하는 필수품이다. 장을 통하지 않고 인체에 필요한 성분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수액은 크게 기초수액과 영양수액 두 가지로 나뉜다. 수분, 전해질, 당을 보급하는 기초수액과 달리, 영양수액에는 아미노산,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의 각종 영양소가 들어있다. 최근 사람들이 만성피로나 과음 등을 이유로 찾는 수액주사는 영양수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성분이 몸에 들어가면 신진대사를 높여 피로 회복 효과를 줘 오래 전부터 피로회복제로 인식돼 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사액을 구성하는 내용물이 조금씩 바뀌었고 종류가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비타민주사, 마늘주사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에는 칵테일 주사, 감초 주사, 신데렐라 주사, 백옥주사까지 병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액주사만 해도 열 가지가 넘는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정작 성분은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 비타민이 주축을 이루고 여기에 다른 영양소가 혼합된 형태다.

보통 수액주사 비용은 평균 2만~10만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면 할인을 해주는 병원도 있다. 패키지 상품은 수액에 비타민 외에도 더 많은 성분을 혼합하고 10회 이상 맞을 수 있도록 구성한다. 패키지 상품은 50~80만원 정도이다.
이처럼 수액주사를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지만 전문가들은 일반 수액(포도당) 효과 정도라고만 평가한다. 비타민이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긴 하지만 주사로 맞을 정도로 결핍 상태인 사람은 거의 드물다는 것이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액주사를 맞는 것 자체는 피로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한 시간 가량 누워 휴식을 취하는 데다 혈관에 수분이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몸이 이완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어떤 수액주사이건 짧으면 한두 시간,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에 그친다. 수액주사를 맞고 피곤한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몸이 건강해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수액주사에만 의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영양 상태의 균형이 깨진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늘 피곤하기 때문에 수액주사를 정기적으로 찾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조 요법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식습관, 생활 습관을 바꿔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효능과 안전성 또한 뚜렷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적정 투여량과 속도에 대한 공식 가이드라인이 없고 부작용 또한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사망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보고된 바 없어 공론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적정속도 보다 느리게 투여되는 경우에는 약물 효과가 반감되고, 빠르게 투여되면 심장마비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수액주사에 포함된 비타민 대부분이 합성비타민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비타민은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으로 나뉘는데, 천연비타민은 우리가 생각하는 레몬과 같은 과일이나 유산균 등의 천연원료를 사용하지만 합성비타민은 석유 정제 찌꺼기, 유전자 조작 옥수수, 박테리아 등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다. 합성비타민을 장기적으로 흡수할 경우에는 종양 발생은 물론, 신장 손상, 호르몬 교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까지 있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수액주사에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트륨이 주성분인 수액을 맞으면 심장이나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 쇼크가 일어날 수 있고, 심장 기능이 비정상일 때 생리식염수가 많이 들어가면 혈관 용적이 넓어지거나 폐에 물이 찰 수 있어서다.
배 교수는 “피로를 악화시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제대로 된 치료방법”이라며 “이러한 치료법을 무시하고 수액주사로 일시적인 피로완화 효과만 누리다 보면, 오히려 원래 고쳐야 할 질환이 더 악화되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기운이 없거나 피곤하면 수액을 맞을 게 아니라 휴식을 취하며 영양섭취를 잘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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