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8 강진, 여진에 흔들린 경주… 신속한 지진 대응체계 구축해야
규모 5.8 강진, 여진에 흔들린 경주… 신속한 지진 대응체계 구축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9.23 13:45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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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19일 규모 4.5, 21일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밤 경북 경주에는 규모 5.1의 전진에 이어 1978년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본진이 일어났다. 이 진동은 서울까지 전해져 많은 국민이 난생처음 겪는 강진의 공포와 충격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지각에 불균형 상태가 일어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정확히 일주일 후인 19일 저녁 또다시 경주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21일 오전에도 규모 3.5의 여진이 또 발생해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 12일의 규모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지만, 일주일 새 400차례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다 보니 주민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대응은 한심할 정도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국민안전처는 진앙 반경 120㎞ 지역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으나 이마저도 9분이나 늦었다. 그사이 경주지역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게다가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접속폭주로 먹통이었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국민안전처는 홈페이지 처리 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늘리고 재난문자 발송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9일에도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고 문자 발송 지연 역시 반복됐다. 지진 대피요령 등 상황 별 매뉴얼도 여전히 공유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면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가만히 누워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지진멀미를 겪거나 사소한 소음에도 화들짝 놀라 신경이 곤두서고, 소화불량·두통·불면증·어지럼 증세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찾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다.
또 대입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안 심리를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근거 없는 지진괴담이 떠돌고 비상용품을 담은 생존배낭을 준비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처럼 온 나라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강진이 근본 원인이지만 재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늑장 경보체계와 컨트롤타워 부재 등 재난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위한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지금부터라도 대형재난에 대비한 체계적 심리지원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자원봉사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듬어야 한다.
지진 재해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기에 정부나 지자체, 주민 모두가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드러낼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위로하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당연한 의무다. 진앙지와 인접한 경주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해소할 심리 상담을 확대하고, 생활을 안정화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지난 21일 ‘고위급 협의회’를 열고 잇단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북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가 복구비를 지원하고 각종 세금과 공공요금이 감면된다. 이와 함께 당정청은 긴급 재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본과 같은 수준인 사고 발생 10초 이내에 발송 완료되도록 개선키로 했다. 현재는 기상청에서 국민안전처를 거쳐 국민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데, 앞으로는 기상청에서 곧바로 국민에게 집적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번 세 차례의 큰 지진으로 인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건 원전과 방사능시설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집중‧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이다. 경주 일대에는 양산단층을 비롯해 수십 개 활성단층이 있다지만 단층 구조 등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속히 전문가를 동원해 경주 일원을 중심으로 정밀 조사에 나서는 한편 원전 추가 건설 등 에너지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참에 학교를 비롯한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지진 안전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학생들의 주요 공간이면서 유사시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하는 학교시설의 약 80%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2000년대 이전 건물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확보도 필요하다. 지진은 한 번 지나간 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의 비상한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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