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2)
[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2)
  • 정재수
  • 승인 2007.08.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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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가모 상가, 자생 출현한 ‘노인천국’

본지는 어르신들의 역량과 사회적 경륜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인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노인문화의 거리’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어르신 스스로 여가를 비롯한 문화 및 예술을 생산, 발전시킬 수 있는 열린 공간 마련을 위해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연속기획을 추진한다. 특히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정 거리를 ‘노인문화의 거리’로 지정, 운영하자는 캠페인도 전개키로 했다. 지난 호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일본의 대표적인 노인의 거리인 ‘스가모(巢鴨) 상가’를 살펴본다.


손님과 점원 대부분 노인, 연간 900만명 찾아
상점마다 차·의자 마련 어디서든 편하게 대화

‘노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 도쿄(東京). 도쿄역에서 전철로 20분쯤 거리에 있는 도시마(豊島)구에 스가모(巢鴨) 상가〈사진〉가 자리하고 있다. 스가모 상가의 손님이나 점원 대부분은 백발성성한 어르신들이다. 스가모 상가는 일본 정부나 도쿄시가 예산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거리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모여들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재래시장이다.

1km 정도의 긴 거리에 빼곡하게 들어 선 200여개의 상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모두 불타버렸다가 1945년 이후 재건됐다. 당시에 세워진 건물들이 지금까지 옛 모습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매우 낡고 초라하기만 하다. 그러나 일본 노인들에게는 오히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스가모 상가의 상점들은 노인용품이 아닌 일반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래시장과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노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선 상점마다 체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다. 삼삼오오 앉아서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상점들이 어르신들이 무료로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차나 음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한다.

스가모 상가에서는 노인을 부를 때 아무도 ‘오지상’(할아버지), ‘오바상’(할머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저 ‘손님’일 뿐이다. 어르신들은 노인이라는 말을 들으며 늙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을 필요가 없어 마음이 편하다.

상점의 점원들도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어서 대화가 잘 통한다. 물건을 살 때 어떤 물건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기 때문에 고르기도 쉽다.

상점 앞에 붙여 놓는 가격표의 글씨는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A4용지 한장에 한 글자씩 쓰는 것이 이곳의 관례다.

이처럼 노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넘쳐나니 수많은 노인들이 스가모 상가를 찾는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구를 사귀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 집 밖으로 나와도 갈 곳이 없는 우리나라사정과 비교하면 너무 다른 모습이다.

스가모 상가는 연간 900만명의 노인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시골 노인들은 아예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관광에 나서기 때문에 하루에만 20~30대의 버스가 진을 친다고 한다.

스가모 상점조합은 노인들을 꾸준히 유치하기 위해 매달 노점상 축제를 벌이는데 200여개의 노점상이 시골장터처럼 좌판을 벌여 인산인해, 장관을 이룬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일본 노인들은 ‘해방구’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즐거운 노년의 한때를 보낸다.

이 때문에 스가모 상가는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처럼 고령화에 들어선 나라의 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계속>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참고자료 :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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