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또다시 北 특권층 탈북… 김정은 공포정치 붕괴 전조인가
두 달만에 또다시 北 특권층 탈북… 김정은 공포정치 붕괴 전조인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0.07 13:32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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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북한 보건성 보건1국 출신의 중국 베이징 북한 대표부 간부가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태영호 주영 공사를 비롯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는 엘리트가 속출하면서 체제 불안정 역시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보건성 출신인 이 간부는 9월 말 가족과 함께 탈북했으며 현재 국내로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보건성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그 가족, 당 간부들의 전용 의료시설을 관할하는 곳이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그 가족 전용 의료시설인 평양 봉화진료소, 간부용 시설인 남산병원, 적십자병원을 담당하는 보건성 출신으로, 최고위층 전용 진료소에서 사용되는 의료장비와 약품을 북한에 반입하는 일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외교의 심장부인 베이징에서 탈북 사건이 발생해 의미가 크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에서도 북한 인사가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한 인력송출회사 간부가 근로자 4명과 함께 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6개월간 북한 근로자 20여명이 탈출, 난민 보호시설 등지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내 엘리트 인사들이 잇달아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김정은 체제의 불안 요소가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잇따른 엘리트층의 탈북이) 북한 체제 균열 징후임은 틀림없다”면서도 “다만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균열 징후라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난 것을 사실”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북한체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방아쇠 요인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평화통일 방향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주민들을 향한 ‘탈북 권유’ 발언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마저 탈북을 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능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긴장을 통해 정권안정과 내부결속을 이루려하고 있지만 이는 착각이고 오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대량 탈북으로 인한 북한 붕괴 가능성을 예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북한 자멸론’을 거듭 설파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통일의 문이 열리면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뿐 아니라 재외동포 여러분과 세계 각국에도 새로운 행복과 번영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강성대국’을 노골적으로 지향할수록 역으로 북한 당국 간부, 주민들의 탈북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 쌓인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무력도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관이나 정부 인사의 망명이 이어지는 건 북한 체제에 모순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당장 붕괴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체제에 위해가 되는 요소, 균열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엘리트 인사들의 대규모 도미노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이 내부적으로 공포정치를 더욱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한 번 균열이 생긴 이상 둑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북한주민들이 안전하게 국내외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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