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 심해지는 ‘조울증’… 노년층서 증가 추세
감정 기복 심해지는 ‘조울증’… 노년층서 증가 추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0.07 13:49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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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증상과 치료법

‘조증’과 ‘울증’ 불규칙적 반복… 우울증으로 잘못 판단해 악화되기도
규칙적으로 약물치료해야 호전… 음주는 기분 조절 더 어렵게 해 ‘금물’

김상호(57)씨에게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사업에 실패한 후부터였다. 처음에는 자꾸 우울해 입맛이 없고 몸도 축축 쳐져 늘 피곤했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는 상황이 정 반대가 됐다. 기분이 들뜨고 의욕이 넘쳐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 하다 급기야 가족들에게 험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결국, 그의 가족들은 우울증이 의심된다며 김씨를 대학병원 정신과에 데리고 갔다. 그러나 진단 결과, 그는 우울증이 아닌 조울증으로 판명났다. 그는 현재 약물 치료 중에 있다.
조울증은 과도하게 즐겁거나 기분이 들떠있는 증상을 보이는 ‘조증’과 기분이 침울하고 비관적으로 변하는 ‘울증’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으로, ‘양극성 기분장애’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증과 울증이 반드시 교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증―정상―조증―정상을 반복하다 나중에 울증이 나타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조증은 아주 경미하게 나타나고 대신 울증만 뚜렷하게 나타나서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노인층서 증가하는 ‘조울증’
조울증은 대개 청소년기 말에 병이 생겨 우울증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노인층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울증 환자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70세 이상 조울증 환자는 6193명(2011년)에서 1만3077명(2015년)으로 대폭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동기간 13.4%에서 18.2%로 증가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울증은 우울증과 비교해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최근에는 노년층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면서 “진단이 쉽지 않고, 주변에서도 그저 변덕이 심하거나 결함이 있는 성격으로 생각할 뿐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드물어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거나 도움을 주지 못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조울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 지지 않았으나 현재까지는 중추신경계에서의 생화학 물질 변화, 호르몬 조절기능 문제, 수면리듬의 이상 등과 같은 생물학적 원인과 함께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이나 항상 기분이 들떠 있는 경우, 우울증을 부정하려는 심리 등 사회‧심리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울증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단적인 에너지의 충만, 기분의 고조와 더불어 깊은 고통 및 절망의 양극단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신체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도 활발해지며, 에너지가 증가한다. 기분이 고조되고, 과도하게 낙관적이 되며 자신감이 가득하다. 쉽게 짜증을 내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슬픔이 지속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며, 식욕이나 수면습관의 큰 변화가 생긴다. 또한 죄책감이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조울증은 우울증과는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이 가능한 병이지만, 울증 상태에 접어들면 일반적인 우울장애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가 않다. 김 교수는 “조울증의 우울한 시기를 우울증으로 판단해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를 하면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등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울증에서의 울증은 불안, 초조, 불면증 등이 적고 오히려 늘어지거나 무기력하고 덜 움직이는 편이며 과도한 수면을 하는 사람이 흔하다. 따라서 우울증상이 어떤 양상이냐에 따라 조울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투여해 조증이 나타날 때 △우울증이 3번이상 재발된 경우 △항우울제에 효과가 없는 우울증 등이 있으면 조울증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조울증 치료
조울증의 치료방법에는 약물치료, 면담치료, 교육 및 사회적 지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약물치료에는 기분이 들뜨고 가라앉는 양극단의 증세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효과적인 ‘기분안정제’와 조증 상태의 완화를 위한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한다. 불안초조가 심하거나 조증이 심한 경우에는 단기간 동안 벤조디아제핀계의 ‘항불안제’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만약, 우울증 상태에서 기분안정제만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항우울제’를 투여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으나, 항우울제는 기분상태를 조증으로 바꾸거나 조증과 울증 사이를 반복하는 급속순환형의 상태로 유도할 수 있다.
정신상담 치료에서는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재발하게 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인자가 개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인관계 등을 다룬다.
김 교수는 “양극성 장애는 만성적이고 재발이 되풀이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약물을 규칙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환자는 물론 그 가족도 알아야 한다”며 “술은 일시적으로 중추신경 억제 역할을 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기분 조절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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