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고독이 밀려오는 봄 그러나 冬心에서 헤맨다
활기찬 노년생활-고독이 밀려오는 봄 그러나 冬心에서 헤맨다
  • super
  • 승인 2006.08.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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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점 기웃거리는 노인층 수요 늘어나

‘환타지아 걸’ ‘마돈나’ 보며 자위로 속내 달래


3년 전 상처를 하고 혼자 살고 있는 심모(65) 할아버지는 봄이 괴롭다. 대지는 온통 파릇파릇 싹이 오르고 개나리, 벚꽃, 진달래가 강산에 흐드러져 춘심(春心)이 가득한데 유독 자신만이 동심(冬心)에 잠겨있는 것 같아서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욕구. 상처 후 ‘이젠 필요 없다’는 생각에 폐기처분하듯 가둬 두었던 욕구가 봄바람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 나와 심할아버지를 안절부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채 25cm도 안 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걷는 젊은 아가씨들을 보면 그 싱그러움에 흘끔흘끔 눈이 가고, “좋은 때다”하는 감탄사와 함께 푹 꺼진 한숨이 나온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공원에서 만난 동갑나기 함모 할아버지가 보였다. 함모 할아버지 역시 상처하고 혼자 사는 노인네. 그런데 심할아버지와는 달리 얼굴에 화색이 돈다. 비결이 뭘까  심할아버지는 넌지시 물었다.


“있지  우리 집에 환타지아 걸을 숨겨 뒀거든. 기분에 따라선 마돈나를 불러 올 수도 있어.”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하자, “가볼 텐가”했다. 함할아버지를 따라 나선 심할아버지. 혼자 사는 20평대 아파트에 들렀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함할아버지가 집에 두고 있다는 환타지아 걸은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인형이었다. 애인처럼 집에 모셔 두고 욕구가 생길 때마다 사랑을 나눈다는 함할아버지. 빌려주고 싶지만, 마누라 없는 몇 년 동안 정이 들었다며 성인용품점에서 섹시한 걸로 구입을 하라고 권했다.


“진짜 여자는 아니지만, 마누라와 하는 것처럼 성감이 괜찮다”는 함할아버지의 말에 심할아버지는 귀가 솔깃했다.

특수콘돔·젤 등 성인용품으로 성력 강화


서울 시내의 집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안모(72) 할아버지는 버스가 수도권으로 진입하자 내렸다. 인적이 드문 이면도로를 지나 모퉁이에 들어서니, 5층 건물의 삼층에 성인용품점이라 쓴 간판이 보인다. 입구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 다음 안할아버지는 계단을 올라 성인용품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할아버지가 들어서자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할아버지에게 딱 맞는 물건이 있다”며 눈짓을 한다.


안할아버지는 솔깃해진 얼굴이나, 짐짓 “지난 번 거는 말이 울트라지 영 아니야. 반응이 별로더라고”하며 트집을 잡는 시늉을 한다.


주인은 “할아버지 이번 건 확실해요. 써 본 손님들마다 좋다하세요”하며 안할아버지를 매장의 진열대 앞으로 이끌어 특수 콘돔 몇 가지를 꺼내 보여준다.


안할아버지는 발기된 상태의 남자성기 모양을 한 특수콘돔들을 손가락에 끼워 보며 표면의 상태, 질감, 신축성 등을 꼼꼼히 살핀다.


“이건 음이온이 방출돼요”하는 주인의 말에 안할아버지는 “음이온이 방출되면 뭐가 좋지 ”하고 묻는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음이온 음이온 하잖아요”하고 주인은 대답한다.

 

이에 안할버지는 “그래. 뭐가 좋아도 좋겠지. 그런데 크기가 좀 작은 것 같지 않아 ”하고 되묻는다.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할아버지, 크기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하는 주인의 말에 안할아버지는 “그런 가” 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할망구가 맛이 들리니까, 자꾸 새로운 걸 원하는 눈치야. 나도 내 기운만 빼기 힘들고 적당히 섞어서 사용하면 이득이 있어. 애들이 용돈을 주면 다음번엔 딜도를 한번 사볼까 싶어.”
안할아버지는 지갑에서 4만원을 꺼내 계산을 한다.

 

 

 

 

 

 

 

 

 

 

 

 

 

 

생일선물로 자위기구 받고 콧날 시큰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은 최모 할아버지는 친구 서넛과 함께 한식집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다. 홀로 된 시아버지에게 며느리가 생일상까지 차리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친구들을 바깥으로 청했던 것.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노인들 특유의 투정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세상 떠난 친구들 이야기,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사이 술잔이 몇 순번 돌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노년의 성’으로 옮겨갔다.


“아직도 하룻밤에 서너 번은 끄떡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한 할아버지의 말에 질세라 또 다른 할아버지가 스무 살 연하의 영계와 모텔에서 나눈 정사를 자랑하며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믿거나 말거나, 과장된 장광설이 펼쳐진 후 친구들은 최할아버지 앞으로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집에 가서 풀러보겠다”는 것을 굳이 “개봉해 보라”는 성화에 열어보니 남성용 자위 기구가 들어 있었다. 술기운에도 민망해 얼굴이 발개진 최할아버지. 그러나 친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랑 함께 살아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야. 그렇다고 우리가 어디 가서 객고를 풀 수는 없고. 사실 이 나이 돼서 모텔 같은데 들락거리면 꼴사납잖니  그래서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여자인형을 사주고 싶었지만, 혼자 사는 게 아니어서 혹시 며느리가 방 치운다고 들어 왔다가 보면 기절할까봐 숨겨 놓고 사용하기 좋은 자위 기구를 선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할아버지는 거기까지 생각해준 친구들의 배려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성기구 노인층 수요 계속 늘어나


성 기구에는 진동기, 깃털, 여러 종류의 끈, 콘돔, 링, 젖꼭지 클램프, 인형, 젤 등이 포함된다. 배우자를 흥분시키거나 성행위를 강화하고 연장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는 성적인 도구는 인터넷이나 카달로그, 오프라인의 성인용품점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최근 그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물건들을 예전에는 호기심 어린 젊은이나 결혼한 중·장년층들이 주로 찾았다면 요즘에는 노인층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도시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수도권 인근의 성인용품점에 서울에서 원정 온 할아버지 부대들이 하루 서너 팀 이상은 된다는 것. 신통치 않아진 발기력을 커버하기 위해 특수콘돔을 원하거나, 폐경기 이후 건조해진 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젤 등은 일반적인 인기 품목이다.

 

요즘에는 혼자된 노인이 스스로 사용하거나, 혹은 혼자된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한 선물용으로 여자 인형이나 남성용 진동 자위기구 등이 많이 팔리는 편이다.


수도권의 한 성인용품점 주인은 “아내를 위해 진동기인 딜도를 사가는 할아버지도 있는데 아내에게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진동기나 자위기구의 사용으로 섹스가 기계적이 되지 않나 걱정했지만, 노부부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면서 사랑을 나누니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한국성과학 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홀로된 노인들의 경우 노년기의 원활한 성생활 배출을 위해 성 도구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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