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불 밝히는 할머니들 이야기
음지에서 불 밝히는 할머니들 이야기
  • 정재수
  • 승인 2007.08.1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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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훈열 연기 명예기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애지중지 키워온 자녀들은 부모 곁을 떠나고 고향에서 여생을 힘겹게 살아가고 계신 연로한 분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쩌다 명절 때면 고향에 내려오지만 또 다시 자녀들을 떠나보낸 후의 적막감과 빈자리에 쓸쓸해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오늘날의 농촌의 현주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서글픈 생각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일 년 중 중복이나 칠석, 아니면 특히 한농기를 이용해 마을의 경로당에서 하루하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여생을 보내는 분들에게 보다 즐겁고 지루하지 않게 헌신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연기군 전의면 동교리에 위치한 할머니 회원의 김갑숙(78) 어르신과 김종희(65)어르신이다.

두 어르신을 비롯한 젊은 부녀회 회원들은 금년 중복에도 어김없이 부락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노인 회원들 50여명에게 그저 당신들의 입에 맞는 다과 및 음식을 골고루 마련, 대접해 드림으로써 하루를 조금 더 뜻있게 보내드리고 있다.

회관을 찾는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할아버지, 할머니 40여명에게 점심을 무료로 대접해 드리기를 10여년.

10년 세월이 지나도록 음지에서 고생하고 계신 두 분, 물론 그 과정까지의 모든 운영비는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계신 할아버지 회원들의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뜻이 있으면 길이 있듯이 이 모든 일이 말 보다는 실제 행동을 몸소 보임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그 연세에 가정에서 편히 쉬시고 싶은 여건인데도 농촌 마을에서는 누군가가 할 일이 아니겠느냐는 소박하고 순박하신 그 열정과 마음, 굳이 사진 촬영조차 극구 사양하시고 계신 할머니 회의 두 분 임원과 일부 젊은 부녀회원들. 그래서 이 곳 ‘연기군 전의면 동교리 1구’ 마을 경로당은 더욱 외롭지 않고 옹기종기 서로 마음을 열고 살아가면서 부락민들 간에 화합이 나날이 존속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곳 동교리 1구 할아버지 및 할머니들의 장수는 물론 마을의 발전도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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