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볼링공 굴리듯 시원한 동작에 “스트라이크!”
진짜 볼링공 굴리듯 시원한 동작에 “스트라이크!”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12.02 14:11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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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지회 주관 제1회 경로당 대항 e-스포츠대회
▲ 지난 11월 25일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가 주관하고 남양주시가 주최한 ‘제1회 경로당 대항 e-스포츠(볼링게임)대회’가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어르신 선수 90여명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별내동 별가람1~3단지 경로당 선수들이 볼링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22개 경로당 가상 ‘볼링게임’ 격돌… 구종회 먹갓경로당회장 246점 우승
남양주시 ‘브랜드가 있는 테마경로당’ 일환… 24곳서 e-스포츠 즐겨

경기 남양주시 실내체육관. 한 노인이 비디오 게임 리모컨을 꽉 쥐었다. 시선은 TV 속 볼링게임에 쏠려 있다. 한 차례 심호흡 후 볼링공을 굴리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게임 속 캐릭터가 굴린 공이 ‘쾅’하고 10개의 볼링핀을 모두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 이를 지켜보던 동료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동시에 체육관 곳곳에서 기쁨의 환호와 아쉬움의 한숨이 뒤섞여 들렸다.
게임강국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e-스포츠 선수로 변신했다.
지난 11월 25일,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지회장 박성호)가 주관하고 남양주시가 주최한 ‘경로당 대항 e-스포츠대회’가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그 첫 번째 막을 올렸다.
대회 종목은 볼링게임. e-스포츠 게임용 리모컨을 들고 볼링공을 굴리는 동작을 취하면, 게임화면 속 캐릭터가 이를 그대로 따라해 볼링핀을 넘어뜨리는 방식의 게임이다. 동작에 따라 공의 회전량과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게임 진행방식은 일반적인 볼링 규칙과 동일하다. 만점도 300점으로 볼링과 같다.
이날 선수들은 22개 경로당별로 4명씩(총 88명) 한 팀을 이뤄 5개 코트에서 각각 격돌했다. 30분간의 단판 게임(10프레임)으로 성적이 갈리기 때문인지, 선수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동안 만점의 절반인 150점을 넘기는 선수가 드물었다.
이 흐름을 김춘희(양정동분회 일패3통) 선수가 깼다. 후반 막판 터진 ‘더블’(연속 스트라이크)로 176점을 기록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에 질세라 조영자(별내동분회 별가람 1~3단지) 선수는 ‘터키’(3연속 스트라이크)를 몰아쳤다. 최종 점수 206점, 이날 출전선수 중 처음 200점을 돌파했다. 평소 간간히 볼링장에 간다는 조영자 선수는 “경로당에서 연습할 땐 230점대도 자주 나왔지만 긴장해 제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200점대 진입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점수가 상향평준화 됐다.
이 가운데 대회 우승권인 246점 선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구종회 화도읍분회 먹갓경로당 회장. 게임 초반 터지지 않던 스트라이크가 막판에 ‘파이브베거’(5연속 스트라이크)로 터졌다.
구종회 회장은 e-스포츠 마니아다. 비디오 게임기를 직접 구입해 경로당뿐 아니라 집에서도 게임을 즐기고 있다. 평소 실력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연습 때 기록한 300점 만점 인증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먹갓경로당은 e-스포츠의 생활화가 이뤄진 경로당이다. 구종회 회장을 중심으로 40명의 회원 중 절반 이상이 매일 e-스포츠 게이머가 된다. 볼링을 비롯해 스키,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을 소화한다.
먹갓경로당은 ‘경로당이 변했어요’란 제목의 연극을 직접 구성해 전파하고 있다.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e-스포츠를 즐기며 활력을 되찾은 과정을 연출한 작품이다. 이날 대회 식전행사에서도 연극과 함께 건강체조를 시연했다. 지난 8월엔 경기도 주최 ‘9988톡톡쇼’에서 동일한 연극을 선보여 큰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구종회 회장이 246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226점으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신채봉(호평동분회 주공1단지·여) 선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보다 더 기대를 모았던 남편 박재헌 선수는 경로당에서만큼의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대신 두 사람은 실제 볼링을 하는 듯한 멋진 폼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로당 자존심을 걸고 펼쳐진 이번 대회 결과 개인전 1위는 구종회, 2위는 신채봉, 3위는 조영자·조기환 선수, 단체전 우승은 조안면 능내1리경로당, 준우승은 화도읍 먹갓경로당, 3위는 별내동 별가람마을 1~3단지경로당과 오남읍 아이파크경로당이 차지했다.

정식경기 후 번외경기로 참가자 전원이 참여하는 ‘다함께 100핀 스트라이크’가 이어졌다. 볼을 힘껏 던져 화면에 담긴 100개의 볼링핀을 쓰러뜨리는 경기였다.
오창준 남양주시지회 경로부장은 “100핀 스트라이크 게임은 타격감이 좋아 어르신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자주 즐기는 게임으로, e-스포츠의 재미를 참가자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11시 30분엔 박성호 남양주시지회장, 이석우 남양주시장, 박유희 시의회의장, 김용웅 경기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정현철 남양주시 노인복지시설연합회장 등 지역후원자를 비롯한 내빈과 선수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회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축사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브랜드가 있는 테마경로당’이 확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지난해부터 시의 민선6기 공약사항 실천 및 경로당활성화의 일환으로 남양주시지회와 함께 ‘브랜드가 있는 테마경로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들의 대표적 여가공간인 경로당을 사랑방 차원을 넘어 복지·문화·체육·교육 등 테마를 주제로 운영되는 경로당으로 조성하기 위함이다.
현재 16개 읍면동 36개 경로당이 테마로경로당으로, 그 중 24개 경로당이 ‘e-스포츠를 즐기는 경로당’으로 2년 째 운영 중에 있다. 노인 여가선용은 물론 치매예방 등 건강관리, 회원 간 화합과 결속력 도모를 위한 목적이다. 남양주시 노인복지시설연합회, 하나금융복지재단은 경로당 e-스포츠 기기보급, 후원금 지원 등에 앞장서며 힘을 보태고 있다.
박성호 지회장은 “경로당에 대한 인식 변화와 경로당 문화가 개선·발전돼야할 현 시점에 여가 프로그램인 e-스포츠가 활성화 되고 대회까지 열려 기쁘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e-스포츠가 노인여가문화의 한 방법이자 건강과 화합에 도움을 주는 것임이 더욱 알려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연·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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