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에 연탄 배달까지 우린 만능 봉사클럽”
“집수리에 연탄 배달까지 우린 만능 봉사클럽”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12.09 14:01
  • 호수 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겨울 녹이는 진천군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
▲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은 10년 째 주거취약 계층을 찾아 생활에 불편한 부분을 개선해주고 있다. 사진은 지붕 보수 중인 새롬이 봉사클럽 회원들.

70대 전문기술자 15명 뭉쳐… 10년 째 주거취약 계층 집수리
재능나눔 참여자들이 수혜자 발굴하면 즉시 출동해 서비스

충북 진천군에 사는 김모 어르신(82·여)은 한동안 변기 때문에 고생했다. 화장실 바닥공사가 잘못돼 바닥이 기준치보다 7cm 가량 높아졌고, 좌변기가 시멘트에 파묻힌 상태였다. 볼일을 보는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김 어르신은 보수공사 할 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왔다.
그러던 지난 12월 1일, 이 집에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이 방문했다. 4시간에 걸쳐 바닥에 덮여진 시멘트를 걷어내고, 변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다. 추운 날씨임에도 이들의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작업 후엔 깔끔하게 미장도 완료했다. 이날 김 어르신은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10년 가까이 주거취약 계층에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노인들이 있다. 주거생활에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고, 겨울엔 지역 연탄나눔 행사에 차량 지원과 더불어 직접 배달도 한다. 대한노인회 진천군지회(지회장 노태근)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이 그 주인공.
새롬이 봉사클럽은 평균 70대의 전문기술 보유자 15명으로 구성됐다. 2개 조로 나누어 매주 두 번 꼴로 독거노인 등 어려운 가정을 찾아 열악한 주거생활 환경을 개선한다. 봉사 분야는 수도·보일러·전기수리, 비가림 시설 설치, 벽 보수, 대문도색, 도배 등 다양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은 2011년 대한노인회 봉사클럽으로 정식 등록된 후 더욱 활발하게 봉사했다. 3년간의 클럽 활동 후 활동비가 끊긴 뒤에는 진천군지회가 2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되고 있다. 독거노인 후원 봉사단체인 ‘생거진천 카네이션클럽’은 2년 전부터 연 200만원씩 성금을 전달해 힘을 보태고 있다.
새롬이 봉사클럽 코치인 홍현수 어르신은 “집안 수리를 위해 기술자들을 부르면 출장비만 15~20만원 든다”며 “저희는 소외계층의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활동하고 있고, 또한 일을 하며 서로 친목을 쌓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새롬이 봉사클럽은 진천군지회 취업지원센터가 관리한다. 지회에 수리 의뢰가 들어오면 클럽 회원들과 협의해 현장방문 후 민원을 해결한다. 지역 사회복지기관의 의뢰가 많은데, 소외계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하는 복지사들이 봉사단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 사업 ‘취약노인 안전예방활동’에 참여하는 8명의 회원이 직접 수혜자를 물색해 도움을 주고 있다. 김홍락 코치는 “이전보다 한 발 더 수혜자들에게 다가가게 돼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평면에 사는 98세 어르신이 이런 과정을 통해 봉사단을 만났다.
혼자 사는 이 어르신은 집 앞 텃밭에서 채소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낙이다. 하지만 집 외부에 있는 수도가 고장이 나 집안에서 물을 길러와야만 했는데,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집 구조상 낙상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재능나눔 참여자 김태순 어르신에게 이런 사정을 듣고 김명식 회원 등 3명이 지난 6월 출동했다. 오전 내내 이어진 수도 교체작업 끝에 수도에서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김태순 어르신은 “어르신이 물을 떠 나르다 사고라도 당할 까 싶어 매일 아침마다 안부를 확인했는데, 이제 그 걱정을 덜게 됐다”고 안도했다.
회원들은 겨울엔 연탄 배달에도 나선다. 지역 연탄나눔 행사 때마다 트럭을 가진 단원들이 연탄을 싣고 가 직접 집안까지 전달해준다. 트럭 한 대당 싣는 연탄은 200~400장. 단원이 총 출동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지만, 연탄 나눔 일정이 많을 땐 하루에 두 번 넘게 팔을 걷어붙인다.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 회원들은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겨울에도 재능나눔 사업이 지속되는 것. 김홍락 코치는 “추운 겨울엔 동파사고가 많아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재능나눔 사업이 겨울에도 이어져 더 많은 수혜자, 특히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독거노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완구 진천군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은 “저희 집수리 어르신들의 재능활동을 통해 노인회가 봉사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단체라는 인식이 퍼져 노인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재능을 지닌 많은 어르신들이 새롬이 집수리 봉사클럽처럼 그룹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