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골목길 여행
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골목길 여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2.09 14:05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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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지방 골목길
▲ 이국적인 분위기를 띄는 경주 감포 해국길 골목을 따라가면 벽마다 해국이 그려져 있으며, 1920년대 개항한 뒤 일본인 이주 어촌이 형성된 곳인 만큼 옛 일본 가옥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대구 근대문화 골목 붉은 벽돌의 옛 선교사 주택들 눈길
경주 감포 해국길 일본식 어촌 흔적… 해국 벽화 그려져
수원 행궁동 골목 사도세자 무덤 찾던 정조의 숨결 느껴

골목 여행은 산과 숲을 둘러보는 둘레길과 달리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골목 사람들의 삶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여정이다. 오래된 동네, 낡은 골목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의 향수를 자극하고 사람향기가 묻어 있어 정겹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 등 특색 있는 골목길 여행지를 소개한다.

◇대구 근대문화 골목
대구 중구에 위치한 근대문화 골목은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길로, 1.64㎞의 비교적 짧은 코스이지만 볼거리가 많아 다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근대문화 골목은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3‧1만세운동길을 거쳐 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뽕나무골목-약전골목-진골목 등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청라언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윗즈(선교박물관), 블레어(교육‧역사박물관), 챔니스(의료박물관) 등 붉은 벽돌의 선교사 주택이다. 울창한 숲, 고풍스러운 건물, 선교사 묘역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이상화 시인의 고택으로 발길을 옮기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이 보도블록 사이에 새겨져 있고, 벽에는 이상화 시인과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 선생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뽕나무골목과 한약방‧한의원‧약업사 등이 모여 있는 약전골목을 지나면 경상도 말로 ‘긴 골목’이라는 뜻의 진골목이 나온다. 대구 토착 세력이었던 달성 서 씨의 집성촌으로 대구 최고의 부자였던 서병국과 그의 형제들이 살던 저택에 지금은 식당들이 들어섰다.
•주소:대구 중구시 경상감영길 99

◇경주 감포 해국길
경주 감포항을 중심으로 해안과 마을 등을 잇는 깍지길 중 4구간 ‘해국길’은 옛 골목의 정취를 간직한 길이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건물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길이는 600m 정도로 길지 않지만, 이름처럼 벽마다 그려진 해국(海菊)을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은 감포항 앞에 자리한 감포공설시장 건너편에서 시작한다. 해국 골목-해국 계단-옛 건물 지하 창고-다물은집-한천탕-우물샘-소나무집 순으로 걸으면 된다. 골목을 따라가는 벽에는 해국이 그려져 있다. 하얀 해국도 있고, 보랏빛을 뽐내는 해국도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바닥에 커다란 딱정벌레가 그려진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커다란 해국이 그려진 계단이 있다. 해국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계단을 지나 골목을 따라가면 갈색 문을 단 건물 벽에 ‘옛 건물 지하 창고’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대피소 겸 지하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이 근처에는 ‘다물은집’이라는 일본식 가옥이 있다. 해국길 주변은 1920년대 개항한 뒤 일본인 이주 어촌이 형성된 곳으로, 다물은집은 일본 어민이 촌락을 이룬 흔적이다.
다물은집 건너편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래된 우물터가 나온다. 두레박이 있고 우물 속에 물도 찰랑거리지만, 마실 수는 없다. 일제강점기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우물로, 추억을 환기하기에 좋다.
•주소: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로6길

◇수원 행궁동 골목
수원 행궁동은 수원 화성 일대의 12개 법정동(法定洞)을 일컫는 이름이다. 행궁동 골목은 벽화마을과 공방거리, 시장 등 특색에 따라 다양하다. 화성행궁은 이 행궁동 골목의 출발점으로,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인 현륭원을 자주 찾던 정조가 머물던 임시 궁궐이다. 행궁을 둘러보고 나오면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공연 하는 곳이 나온다. 칼, 창, 봉 등을 이용한 이 공연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 펼쳐진다.
신풍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사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담벼락에 환한 꽃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라 적혀 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기차기와 말뚝박기 벽화가 있고, 바닥에는 사방치기 그림이 있다.
수원전통문화관도 꼭 들러봐야 한다. 이곳에서는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무엇을 먹었는지 고증을 통해 상차림을 복원한 것을 볼 수 있는 정조가 행궁의 낙남헌에서 양로연을 열었을 때의 상차림과 혜경궁 홍씨의 아침상과 반과상 등도 전시돼 있다.
•주소:경기 수원 팔달구 정조로 860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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