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3)
[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3)
  • 정재수
  • 승인 2007.08.10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서경석 회장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서경석 회장은 오래 전부터 노인문화의 거리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여가 및 취미생활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적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다. 서경석 회장은 “복지관과 경로당의 비좁은 공간과 제한된 소재가 갖는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어르신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더 넓고 탁 트인,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노인문화의 거리’를 주장한다.

 

“젊은이만 반기는 사회…노인 갈 곳이 없다”

 


사회에 만연된 부정적 노인인식 개선 가능
지자체, 생산적 노인복지 문화특구 일석이조

 

-왜 ‘노인문화의 거리’를 조성해야 하나.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은 어르신들이 모이는 것을 혐오스럽게 여기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노인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 심지어 어르신들의 모임을 방해하기도 한다.

노인문화의 거리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어디든 노인이 있고 노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어르신들이 모이는 것에 대해 인식전환을 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모든 거리가 ‘혐오거리’가 된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와 거리에 모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급증하는 노인인구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국내에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 전부다. 어르신들을 모두 복지대상자로 선정, 그 비좁은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잘못이다. 어르신들이 사회의 개방된 공간에서 취미 여가 문화 등을 교류해야 한다.

셋째, 노인문화는 전통계승과 젊은 세대에 대한 교육적 가치가 크다. 노인문화는 저급하고 희망 없는 그 무엇이 아니다.


-어떤 콘텐츠를 채울 수 있나.

노인문화의 거리를 일상적 테마의 거리로 조성할 것인지, 문화예술을 강조한 거리로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윤곽이 잡히면 우선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건전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 다음,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닌 내용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생활의 편의를 꾀하는 시설과 정보제공 등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노인복지관 사회교육프로그램 제공 △노인 거리무대 및 자유 전시공간 △연극, 뮤지컬 공연장소 △테마 전시공간 △노인체험실 △각종 정보제공 및 가족을 위한 상담실 △노인일자리 특산품 판매 △먹거리 장터 △노인 도서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자체의 기대효과는.

과거와 달리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노인시설이 가까우면 어르신이나 그 가족이 선호한다. 예를 들어 중산층 은퇴노인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 서초구 등을 선호해, 이들 지역의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노인문화의 거리’를 유치하는 지자체는 크게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어르신들의 인적자원을 집중시키고 생산적 노인복지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는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손쉬운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특화 문화상품으로 ‘노인문화의 거리’를 조성할 수 있다. 전문적 기획을 통해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지역상품화를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여론은.

계획적인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노인사회의 여론은 이미 ‘노인문화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체로 ‘노인복지관은 집에서 멀고, 시설은 비좁으며 대상이 제한적이다.

경로당은 심심하다. 그래서 밖으로 나오는데 갈 곳이 없다. 젊은이들만 선호하고 노인을 반기는 곳이 없다. 탑골공원 등 노인이 모이는 시내로 나가면 가족이나 이웃에게 민망하다’ 등의 반응이다.

가장 좋은 예는 부친이다. 올해 85세인 부친께서는 매우 건강하시다. 노인복지관을 주로 이용하시지만 잠깐 들러 서예하고 식사하신 뒤 주로 탑골공원 주변, 인사동거리, 일본대사관 도서관 등을 이용하신다.

 

노인에게 적합한 옷이나 생활용품은 주로 노점에서 판매하지만 품질이 조악한데다 바가지요금이 많아 늘 믿고 싸게 살 수 있는 상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자신의 작품이나 솜씨를 자랑하고 싶은데 전시실 대여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낸다. 길거리에 펼쳐놓고 뽐내고, 원하는 이가 있으면 주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씀하신다. 어르신 대부분의 아쉬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