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18세로 낮추는 방안 추진… 보수층 반발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
선거연령 18세로 낮추는 방안 추진… 보수층 반발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1.06 13:32
  • 호수 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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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문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키고 그들의 생각 또한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에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에 앞서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다음날 “18세 투표권 보장과 결선투표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간다”고 호응했다. 개혁보수신당 또한 18세 투표권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가 현재 일부 의원의 반발로 보류하긴 했지만 찬성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야권 3당은 일찍부터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추진해왔다. 특히 더민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며 선거연령 하향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또한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꼽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반대를 하더라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18세가 된 인구는 62만107명(전체 유권자의 1.2%)이며, 교육부 통계로 보면 고2 학생은 약 57만 명이다. 대선 판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만한 숫자다. 오는 4~5월에 선거를 하게 되면 이들 중 일부가, 12월에 하게 되면 거의 전원이 유권자가 된다. 또한 교육의 주체인 이들이 직접 교육감 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18세는 이미 법적,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대우받는 나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묶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리나라와 학제가 같은 일본조차 지난해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췄다.
1986년 이후 18세 이상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영국은 다시 16세로 낮추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 18~24세 유권자의 73%가 EU잔류를 택했지만, 65세 이상 ‘그레이 보터’의 벽을 넘지 못해 EU 탈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같은 세계적 환경 변화와 청소년의 정치의식 성숙도로 봤을 때 우리나라 또한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내면서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8세 투표권이 도입되면 고3 교실까지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18세면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판단력 또한 떨어지며, 교육현장에 오히려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교조나 좌파 성향이 강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선동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6.0%, ‘반대한다’는 응답이 48.1%로 비등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선거연령 하향보다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70%를 넘고, 이념 갈등이 심각한 현실에서 고3 교실의 선거 바람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연령은 오랫동안 토론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선거에 임박해서 정략에 휘둘리는 식으로 졸속 결정돼선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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