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건성으로 넘기면 온몸에 번지며 가려움증
건선, 건성으로 넘기면 온몸에 번지며 가려움증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1.06 14:11
  • 호수 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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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증상과 치료법
▲ 건선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에 은백색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질환이다. 이때 각질을 무리하게 제거하다 보면 점상출혈이 생기면서 외상부위에 또다시 건선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보인다. 그림=대한의학회

피부에 홍반 생긴 뒤 각질 뒤덮여… 면역이상 질환이라 치료 쉽지 않아
심한 경우 자외선 치료, 면역억제제가 효과적… 비싼 치료비가 부담

50대 주부 김기숙씨는 두피 건선 증상으로 3년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 특히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피부 각질이 벗겨지고 가려움증이 지속되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 김씨는 “효과가 좋다는 각종 연고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한방, 민간요법 등 안 해본 치료가 없을 정도이지만 잠시 증상이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재발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주름, 건선, 아토피 등 다양한 피부질환을 악화시킨다. 그중에서도 피부에 붉은 반점과 하얀 각질을 만들고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건선’은 겨울철에 유독 증상이 심해져 주의가 필요하다.
건선은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분류되는데, 한번 걸리면 10~20년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돼도 평생 재발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현재 성인 100명 가운데 1~3명이 건선을 앓고 있다.

◇건선 증상
건선 초기에는 홍반이 생기고 서로 뭉치면서 점차 범위가 커지다가 그 위에 은백색 각질이 겹겹이 쌓이며 가려움증까지 동반된다. 증상이 악화될수록 이런 병변은 크기가 점점 커지며, 심할 때는 온 몸으로 퍼져나가면서 반복되다 농포와 진물이 발생하는 등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는다. 또한 건선을 오래 앓으면 건선성 관절염, 포도막염, 염증성 장질환,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등 다양한 동반 질환에 노출되기도 쉽다.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단순 피부병이 아니라 면역계의 과잉 반응으로 생기는 면역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건선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병으로 유명하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건선을 ‘죽지는 않지만 죽고 싶게 하는 병’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같은 문제로 건선 환자는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다국적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31개국에서 총 8338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 84%의 환자들이 건선으로 인한 차별과 모욕을 겪었고, 45%가 전염성으로 오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건선 환우 모임인 대한건선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질환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낀다는 환자가 82%였으며,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환자도 43%에 달했다.

◇건선 치료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건선 환자 수는 50만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기준 약 16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건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 등에 의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송해준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병이 호전됐다가도 치료를 멈추면 다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꾸준히 적극적으로 받으려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충분히 증상조절이 가능한 병”이라고 말했다.
건선은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증의 건선일 경우 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국소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이 심해져서 중등도 이상이 되면 자외선 광선을 피부에 쬐는 광선치료를 시행하거나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전신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특정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되긴 했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사용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년에 주사 값만 1000만원에 달해 환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은 산정특례(암 등 진료비 부담이 높은 질환의 본인부담 인하)가 적용되지만 건선은 제외돼 보험이 적용돼도 환자들이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중증 건선만이라도 산정특례 적용 질환에 포함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과로, 음주, 흡연 등을 피하고 충분한 보습을 통해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때를 미는 습관은 피부의 각질세포와 수분, 피지를 모두 소실하기 때문에 피해야 하며, 각질을 손으로 떼거나 문지르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그는 “실내 생활이 증가하면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적절한 자외선 노출이 건선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해주고 습도를 40~60% 정도 유지하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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