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찰 착용은 신뢰 형성에 도움” 약사들 긍정적
“명찰 착용은 신뢰 형성에 도움” 약사들 긍정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1.13 14:00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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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약사‧한약사 명찰 착용 의무화
▲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무자격자의 약 조제 예방을 위해 약사, 한약사 등은 신분이 표시된 명찰을 의무적으로 패용해야 한다. 사진은 경기도약사회가 회원약국에 배포한 목걸이형 명찰의 모습.

무자격자가 복약지도 못하게 하려는 의도… 2년 5개월 만에 부활
일부 약사들 “귀찮은 규제 살아나… 사소한 걸로 과태료 부과는 부당”

경기 지역의 한 허름한 약국에는 약사인 아버지와 무자격자인 아들이 약국을 보고 있다. 고령인 아버지 대신 40대 후반의 아들이 주로 약국을 관리하고 있는데,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고 복약지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단골 환자들은 아들을 약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명찰을 달지 않았고 가운도 입지 않은 탓이다.
이같은 광경은 지난해 12월 30일 이전까지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던 약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동안에는 정상적인 약국에서도 명찰 패용은 물론 가운도 입지 않은 약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7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약사가운 착용과 약사명찰 패용 의무화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의사, 한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는 위생복과 명찰의 의무 착용 규정이 없는데 약사에게만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팜파라치(약국 내 무자격자를 고발하는 사람)가 약국의 불법행위를 고발 하는 이유 중 상당수를 차지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약사들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 조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5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 약사들은 다시 ‘명찰 착용 의무화’라는 규제를 맞이하게 됐다. 규정에 따르면, 소비자와 환자가 약사, 한약사, 실습생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위생복 등에 인쇄‧각인‧부착 등으로 약사, 한약사, 실습생이라는 명칭이 표시된 명찰을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또한 약사, 한약사, 실습생이 아닌 종업원은 오인될 수 있는 명찰을 달지 못하도록 했다. 이같은 규정을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통상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1차 적발 시에는 경고, 2차 업무정지 3일, 3차 업무정지 7일, 4차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명찰 착용이 의무화라는 규제로 다시 약국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약사들은 “없어졌던 규제가 다시 돌아왔다”며 귀찮아하거나 불편해 했다. 서울의 A약사는 “약사가운 미착용과 약사 명찰 미패용 등 사소한 내용으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잠시 가운을 벗어놓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급하게 약을 찾는 환자에게 무심코 약을 건네다가 명찰 미착용으로 적발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사들은 명찰 패용에 긍정적이다. 환자에게 약사임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고 무언의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무자격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로 일부 약국에서는 아직도 카운터(약사 자격이 없는데도 약을 조제하는 일반 직원)가 횡행하고 있다. 카운터가 약을 파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문제는 손님들이 약사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한 지방의 약사는 “명찰, 가운 착용 규정이 사라진 이후 우리 지역의 대형약국에 가면 누가 약사이고 누가 무자격자인지 알 수 없었다”며 “명찰을 착용하지 않고 가운을 벗어던지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약사는 아무리 깔끔하게 단장하더라도 일부 약국에서 근무하는 카운터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명찰 패용 의무화 규정이 1년 5개월 만에 부활한 것은 다소 불편할 수는 있지만 ‘가짜 약사’와의 구별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변화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각 지역별로 환자가 약사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명찰을 제작해 회원 약국에 배포했다. 명찰의 형태는 목걸이형과 집게형 등 대부분 유사했지만, 사진과 면허번호의 유무, 재질 등은 조금씩 차이가 났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명찰 패용 의무화는 무자격자의 약사 사칭을 예방하고 불법의약품 조제를 막기 위한 조치이며 신분을 쉽게 확인해 신뢰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특히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가 약사인지 아니면 한약사인지 식별이 쉽게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약국을 찾은 김제환(75) 어르신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약사들의 단순한 명찰 패용 여부가 아니라 나에게 약을 제공하는 사람이 적법한 면허인인가 하는 점”이라며 “그러한 점에서 이름과 사진, 면허번호가 들어간 명찰을 패용한 약사를 보면 더욱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좋은 환경으로 변화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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