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 건보료… 정부안 속도 너무 느려”
“소득 중심 건보료… 정부안 속도 너무 느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03 10:48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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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공청회서 제기

앞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성(性), 연령 등에 부과했던 평가소득 보험료는 17년만에 폐지되고,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부과는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보건복지부는 1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개편안을 공개했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공청회’를 열고 국민 부담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소득 중심’의 개편안을 공개했다.

건보료 소득비중 3단계로 높이기로… 저소득자엔 최저보험료 부과
재산‧자동차 부과분 축소… 참석자들 “최종단계 계획 당장 시행을”

이번에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의 골자는 재산·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축소로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고소득 피부양자와 보수 외 고소득 직장인의 부담을 적정화해 건강보험료 부과를 늘린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수용성을 고려해 개편안은 오는 2018년부터 3년 주기로 3단계에 걸쳐 추진하기로 했다.
개편안 설명을 맡은 노홍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먼저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국민 부담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소득 중심 개편안’으로 설계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저보험료 도입‧피부양자 범위 축소
개편안 내용에 따르면, 우선 소득이 일정기준 이하인 지역가입자에게는 정액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1∼2단계에서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월 1만3100원, 3단계에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세대에 1만7120원을 부과한다. 최저보험료 적용으로 오히려 보험료가 오르는 세대는 6년간 인상분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성‧연령 등에 부과됐던 평가소득도 폐지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소득 파악 개선과 연계해 소득 보험료의 비중을 지속해서 높이기로 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정해지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자동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에 부과됐던 보험료는 3단계의 개편을 거쳐 2024년부터는 4000만원 이상인 고가차에만 부과되며, 재산 보험료는 시가 1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1억7000만원 이하 전세 세입자까지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고소득·고재산 피부양자는 단계적으로 지역가입자의 전환을 시작한다. 소득기준은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으로 변경하면서 1단계 연 3400만원 초과를 시작으로 3단계 2000만원(60%) 초과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피부양자 인정범위는 축소된다. 현재는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이 아닌 형제·자매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개편안은 1~2단계까지 가족 부양 정서를 고려해 형제·자매도 피부양자로 인정하되, 3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장애인, 30세 미만, 65세 이상인 형제·자매가 소득·재산기준을 충족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는 월급 외 고소득 직장인에게만 보험료 부과액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뿐 대다수는 변동이 없다.
노 국장은 “1단계 시행 후 시행 성과, 소득 파악 개선 등 적정성과 형평성 평가를 거쳐 3단계 개편안까지 추진할 예정”이라며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가입자 소득이 보다 투명하게 확인되는 여건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총리실에 복지부, 기재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협의체’ 또한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건보료 개편안 추진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직장‧지역 가입자의 구분을 없애고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득에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일원화 개편’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심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이에 복지부는 건보료 개편안을 기존 야당의 개편안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한 뒤 오는 5월쯤 정부법안을 확정해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법안이 상반기에 통과되면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수 있다.

◇전문가들 “3단계 계획 당장 시행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방향은 맞지만 개편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하면서 소득 파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점과 재원 확보를 위한 국고지원에 대한 약속이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개편안은 매우 복잡해 대다수 국민이 이해하기 힘들다. 제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도를 한 번에 크게 바꾸는 것이 사회비용이 적게 들고 혼란도 적다. 마지막 3단계 개편안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정부가 행정적 부담 등으로 3년 주기 3주기 개편안을 마련한 것 같은데, 3단계 개편안은 7년 후에나 시행된다”며 “그때는 정부가 바뀌게 될 텐데 3단계 최종안이 그때 시행되리라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안은 1단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개편 계획의 속도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개편안 마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신 실장은 “그동안 국민 부담이 커지냐 작아지냐는 논란으로 제도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정부가 피부양자와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부담 증가에 따른 불만을 무릅쓰고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입자 대표들도 개편안 마련을 환영함과 동시에 개편 속도를 당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지역가입자의 실질 소득 파악률을 높여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일상 퇴직자총연합회 상임이사는 “정부 개편안의 방향에 동의하지만 개편 속도가 느리다. 조금 더 과감하게 단계를 줄여야 한다”며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역가입자의 부과 기준을 소득으로 일원화하고 저소득층의 경우 정액 최소보험료 부과제를 도입해야 한다. 고소득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개편에 드는 재원의 일정 부분을 국고로 지원하고, 지속적 국고 지원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정부의 개편안에는 개편에 드는 재원 확보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특히 국고 지원을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언급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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