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반응 좋지만 전문의 못구해 애먹어
‘호스피탈리스트’ 반응 좋지만 전문의 못구해 애먹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10 15:08
  • 호수 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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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4시간 케어 하는 입원전담의사
▲ 지난해 9월부터 입원환자를 24시간 동안 돌보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 명확하지 않은 역할 등으로 인해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왼쪽)가 입원 환자 차트를 보고 있는 모습.

하루 평균 2~4회 주치의 만남 … 문제 생길 시 빠른 치료 가능
의사들 “미래 불투명하다” 주저 … 직위의 명확한 정의 필요해

호흡기질환으로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40대 환자 이성란씨는 타 병원에 비해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교대로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해주는 ‘호스피탈리스트’ 덕분이다. 이씨는 “나와 가족들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상시로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을 들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는 환자를 입원에서부터 퇴원까지 담당하는 전문의로, 2~5명이 교대로 24시간동안 환자 진찰과 경과 관찰, 상담, 퇴원계획 수립까지 입원과정에서의 ‘주치의’ 역할을 맡는다.
보통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담당교수가 1일 1회 회진 외에 입원환자 관리가 어려워 전공의가 환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입원한 이후로 담당 교수를 하루 한 번도 제대로 만나기 힘들다”는 환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이 시행된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협의체에 따르면, ‘하루 평균 몇 번 병실에서 주치의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67%가 ‘하루 평균 2~4회 만났다’고 응답했으며, ‘진료, 처치, 상담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원환자의 81%가 만족을 나타냈다.
이같은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환자의 추가비용 지불의사 표시로도 확인됐다. 입원환자의 81%가 지속적으로 호스피탈리스트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2~3만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낼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스피탈리스트 서비스를 받는 입원 환자들은 하루 2000~5900원 가량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충북대병원에서 내과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정유숙 전문의는 2월 3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관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설명회’에서 “주치의 역할까지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환자에 문제가 생길 때 빠른 치료 결정과 처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보통 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연구일정으로 바쁘다보니 환자가 병동 간호사에게 불편함을 얘기하면 간호사는 이를 전공의에게 전달하고, 전공의가 와서 확인한 뒤에도 이를 처리할 수 없으면 다시 교수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병원들이 호스피탈리스트 구인에 고전하고 있다. 실제로, 본래 31곳으로 지정됐던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의료기관은 현재 4~5개의 병원만 간신히 정원을 채운 상태이다.
이는 아직까지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명확한 역할 규정과 업무 범위에 대해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종의 불안감 해소, 학회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아대병원의 한 내과 전공의는 “앞으로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이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직업의 연속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원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고 해도 나중에는 임상강사에서 머물게 되면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본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 여러 학회들과 개편논의를 해서 호스피탈리스트가 더욱 양성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 반드시 본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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