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거나 반응 속도 늦으면 뇌전증 의심해야
손 떨거나 반응 속도 늦으면 뇌전증 의심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10 15:10
  • 호수 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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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증상과 치료법
▲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뇌전증 발병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뇌전증 진단을 위해 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60세 이상 환자 매년 증가… 호흡곤란‧근육수축 등 발작 증상 보여
적절한 치료 땐 정상 생활 가능… “조기에 원인되는 질환 치료해야”

최근 이영호(73) 어르신은 잠을 자고 있는 중에 느닷없이 특정 신체부위가 뒤틀리며 발작이 일어나는 증상을 겪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어르신은 이후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부분 발작이 지속돼 바로 병원을 찾았고 신경과에서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위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전증은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약 1∼2명이 앓고 있는 흔한 만성 뇌질환으로, 비정상적인 신경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된 전류가 대뇌의 기능을 잠시 혼란시키는 병이다.
뇌전증의 원인은 크게 뇌가 형성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고, 뇌출혈‧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손상, 알코올중독, 뇌종양,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탓에 일부 환자의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뇌전증 증상
뇌전증의 증상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 얼굴이나 팔다리 한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감각발작 등이 있다. 또한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과거의 물건·장소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신발작 등이 있다.
전신발작으로는 발작 초기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청색증·근육 수축이 나타나 몸을 떠는 증상 등이 있다. 더불어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세가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 불규칙한 근육수축으로 온몸이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발작 등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이 일어나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노인들의 손 떨림, 기억장애 등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노인 뇌전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뇌전증 환자 수는 매년 8%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뇌전증 환자 증가율(2%)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80세 이상 뇌전증 환자 수가 가장 많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정신이 멍하거나, 반응 속도가 늦는 등 일반 노화와 비슷한 증상이 많다”면서 “특히 한쪽 팔을 흔든다거나,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떠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이 있는 노인이라면 뇌전증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전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문진과 병력청취, 뇌파검사와 신경영상검사 등이 필요하다. 뇌파검사는 발작질환의 진단에 가장 유용한 도구인데, 뇌에서 발생하는 비정상 전기활동을 감지하고 발작유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발작의 원인이 되는 위치를 알려준다.

◇뇌전증 치료법
약물치료는 모든 뇌전증 치료의 첫 단계로,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70%가 이 방법으로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뇌전증 환자 3분의 2는 발작 없이 지낼 수 있고, 일부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한 기간(보통 2년) 동안 2종 이상의 약물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련이나 발작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마경화증(해마에서 신경세포 사멸이 일어나 해마의 크기가 작아지는 증상)이나 뇌종양 등의 뇌 병변이 있는 경우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경련발작이 너무 심해서 부상이 우려될 때에도 대상이 된다.
수술은 사전검사에서 확인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실시된다. 중요부위에 병소가 있거나 다발성 뇌전증 병소가 있어 완전 제거가 힘든 경우에는 미주신경자극술, 뇌교량절제술, 뇌심부자극술 등의 비수술 치료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머리외상, 중추신경계 감염, 뇌종양 등은 뇌전증의 원인이 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그리고 노인들에겐 뇌졸중, 치매 등이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이같은 질환을 조기에 예방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뇌전증은 순간적인 의식손실을 가져 올 수 있는 질환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본인 자신에게도 추락 및 익사사고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문가 진단에 의해 편두통, 실신, 수면장애 등과 같은 비뇌전증 돌발성 증상들과 구분한 뒤 적극적인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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