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말레이시아서 독극물 암살… 북측 소행 추정
북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말레이시아서 독극물 암살… 북측 소행 추정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17 14:05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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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아직 범인과 배후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수법의 대담성이나 치밀함으로 볼 때 북한 소행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김정남은 지난 2월 13일 오전 9시경(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마카오행 여객기 탑승을 위해 셀프 체크인 기기 앞에 서있다 젊은 여성 2명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여성은 테러를 자행한 뒤 바로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피살 직후 바닥에 쓰러진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눈이 따갑다며 고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공항 측은 바로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응급 후송을 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김정남 암살 수단에 대한 정보들은 엇갈려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독침과 독이 든 스프레이, 독이 묻은 천 등 다양하다. 단시간에 피살당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매체는 “경찰이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독극물이 청산가리보다 강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김정남이 독극물이 발린 천 또는 스프레이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오전 9시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1명을 체포한 데 이어 16일 오전 2시 또 다른 인도네시아 여성 1명 또한 추가로 체포했다. 같은 날 오후 말레이시아인 남성 1명 또한 체포됐다.
가장 먼저 붙잡힌 베트남 여성은 ‘도안 티 흐엉’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사건 직후 암살 사건이 발생한 공항을 배회하다 경찰에 발견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또 다른 여성 친구 1명과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던 중 동행하던 남성 4명으로부터 공항에서 승객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안을 받고 가담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 남성 용의자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3명 중에는 베트남과 북한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과 연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정남의 피살은 여러 방면에서 김정은의 ‘역린’을 건드린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남은 그동안 3대 세습을 비판해 왔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도 부정적이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급변사태 발생 시 김정남이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이런 차원에서 그가 중국의 보호를 받아 왔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차원에서 미래 불안의 씨앗인 이복형을 아예 처단해 버렸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정원은 지난 2012년 초에도 김정남 암살 시도가 한번 있었으며, 김정남이 같은 해 4월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통치를 방해하는 세력은 피붙이라도 관용 없이 없애는 김정은의 공포 정치는 고모부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 여러 차례 나타난 바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사건의 배경에 북한 내부에서 모종의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다. 김정남은 일찌감치 권력승계 구도에서 밀려나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사실상 낭인으로 지내왔다. 그런데도 그를 제거해야 할 정도라면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이 아직도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은의 폭압정치에 대한 불만세력이 점차 늘어나면서 내부 급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정권이다. 당장은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조해 사건의 전모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지난해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등 국내에 거주하는 고위급 탈북자들의 신변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내부 급변과 무력도발 가능성에도 치밀한 대응태세를 갖춰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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