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아랫배 눌러 아프면 ‘충수염’ 가능성 커
오른쪽 아랫배 눌러 아프면 ‘충수염’ 가능성 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17 14:29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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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염 증상과 치료법
▲ 과거 충수염 수술은 개복수술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기구의 발전과 숙련도의 향상 등으로 인해 흉터부위를 최소화하면서 회복 속도가 빠른 복강경 수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복강경을 이용해 충수염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충수돌기에 염증 생겨 발생… 급체나 장염으로 오인하는 경우 많아
조기 진단 땐 복강경 수술로 치료… 충수 터지면 복막염으로 악화

최근 김정호(62)씨는 갑자기 배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했고 메슥거리는 느낌도 계속됐다. 처음에는 그저 이사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성 위장염 정도려니 했다. 하지만 복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아랫배까지 번졌다. 동네의원에서 장염약도 처방받았지만 오히려 통증은 심해졌다. 통증을 참다못한 김씨는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그곳에서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급성 충수염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보통 충수염을 맹장염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맹장은 대장의 오른쪽과 소장이 만나는 부위에 있는 소화기관이고, 충수는 맹장의 끝에 달린 작은 관 모양의 충수돌기를 말한다.

◇충수염 원인과 증상
급성 충수염은 이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어떤 원인에서든지 충수돌기 내부가 막히면 발병되는 질환이다. 충수가 막히면 충수로부터 대장으로 향하는 정상적인 장의 연동운동이 제한돼 장내 박테리아가 증식하게 되고 독성물질이 분비되면서 내부 점막에 궤양이 생긴다. 충수 점막에서는 계속 점액이 분비돼 충수가 붓게 되고, 더 진행되면 터져서 복막염을 유발하거나 고름을 형성한다.
충수돌기의 폐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충수 주위의 임파 조직이 과다 증식 되는 경우가 제일 흔하고, 딱딱한 변이 충수로 흘러들어가서 입구를 막거나 그 외에 이물질이 입구를 막거나 염증으로 협착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충수염의 초기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나 대부분은 명치나, 복부 중앙에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체한 것과 같은 더부룩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며 식욕이 없어지고 변비, 설사 등이 흔히 발생할 수 있어 급체나 장염 등 자칫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치하고 그대로 놔두면 염증이 계속 진행돼 복부 전체 압박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충수가 터져서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 즉시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급성 충수염은 문진과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충수염 치료
급성 충수염의 치료 방법은 충수돌기를 잘라내는 충수 절제술이 기본이다. 보통 일반인들에게 충수 절제술은 별 것 아닌 수술로 인식돼 있으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 부위가 커지고 수술도 복잡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최근에는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후 흉터와 부작용이 거의 없고, 통증이 적어 이틀 정도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보통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3일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충수가 터지게 되는데, 그러면 터진 충수 주위로 고름이 고이는 등 농양으로 발전해 복강 내 전체로 고름이 퍼져 복막염이 생기게 된다. 복막염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이 커질 뿐 아니라 회복기간이 길어지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충수가 터져 복막염으로 진행됐거나 복강 내에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이때에는 오른쪽 아랫배에 가로로 작은 절개창을 내고 수술을 하는데, 고름집이 형성됐거나 복막염인 경우에는 더 크게 절개하거나 배꼽 오른쪽에 세로로 길게 절개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수술 후 5~7일 사이에 퇴원을 할 수 있다.
수술 후 합병증은 충수염이 천공(구멍이 뚫림)되지 않았을 경우에 5~10%, 천공된 경우에는 15~65%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합병증으로는 상처 감염이 가장 흔한데, 감염 증상은 골반 내나 횡격막 아래 등에 발생할 수 있고, 충수돌기를 잘라낸 단면이 새거나 장벽이 약해지면 장과 피부 사이에 샛길(누공)이 생기기도 한다.
장지웅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노인의 충수염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과가 빠르며 합병증이 잘 생기는 특징이 있다”며 “압통과 복통의 정도도 젊은이와 같지 않아 진단이 늦어져 천공성 복막염이나 충수 주위 농양으로 진행된 후에야 수술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어르신들의 경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표현이 수월하지 않아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갑작스런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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