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반드시 끊어야 하나?
담배, 반드시 끊어야 하나?
  •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 승인 2017.02.24 15:04
  • 호수 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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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

정기적으로 나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는 것이다. 끊었다고 했던 환자에게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 힘이 빠지고 화가 날 때도 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환자를 다독이며 다시 충고하는 것뿐이다.
“빨리 담배를 끊으십시오.” 그런데 환자는 고통스럽다는 얼굴로 되묻는다. “박사님, 그런데 정말로 담배가 그렇게 나쁜가요?” 이렇게 묻는 환자는 오히려 나은 경우다. 건강에 해롭다며 금연을 권하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흡연자들도 많다.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오래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수십 년 담배를 피우고도 장수하는 노인들처럼 지금까지 아무 일 없는 것으로 보아 자신 역시 앞으로도 괜찮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술 잘 마시는 사람과 술 못 마시는 사람이 있듯, 담배도 체질에 맞는 사람은 괜찮지 않겠냐며 흡연을 계속해야 하는 핑계를 어떻게든 마련하려 한다.
흡연을 이어갈 핑계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흡연이 가져오는 결과는 하나뿐이다. 담배는 스트레스가 많든 적든, 체질에 맞든 안 맞든 상관없이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기간이 길수록 온갖 병에 걸리게 만드는 위험인자이다.
담배의 주요 병폐를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첫째, 담배는 암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3명 중 1명의 원인이 흡연이다. 흡연은 폐암은 물론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신장암, 방광암 등 많은 암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담배는 우리 몸의 모든 혈관을 망가뜨린다. 혈관 건강은 생명과 직결된다. 심장의 혈관이 망가지면 심근경색이 일어나고, 뇌혈관이 망가지면 중풍, 즉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담배는 폐를 망가트려 폐기종을 일으킨다. 폐기종이란 한마디로 말해 호흡능력을 떨어뜨리는 병으로 단순히 숨만 못 쉬는 것이 아니라 기관지와 폐의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려도 잘 낫지 않고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폐렴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고 우리 건강에 악영향만 끼치는 담배를 왜 끊지 못하는 것일까? 흡연자의 상당수는 이미 니코틴 중독이 심해 단순히 굳은 의지만으로는 담배를 끊기 어려운 상태다. 니코틴 중독이 심한 사람은 몸속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면 안절부절못하고 짜증이 나며 정신집중이 안 되는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그들에게 금연은 고문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막무가내식 금연이 아니라 약물을 통해 외부에서 니코틴을 공급받아가며 이뤄지는 체계적인 금연방법이 효과적이다. 몸에 붙이는 패치와 씹는 껌, 빨아먹는 니코틴 알약 등의 약을 2달 정도 사용하며 금연하면 금단증상을 줄이면서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먹는 약인 ‘부프로피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체내 도파민이 높아져 담배를 끊더라도 금단현상으로 인한 괴로움이 줄어들어 편안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약까지 먹어가며 끊어야 하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반드시 쥐를 잡아야 한다’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라면 어떤 방법이든 선택해 담배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 명 중 1000만 명이 흡연인구라 한다.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담배 반드시 끊어야 하나요?” 내 대답은 한결같다. “네.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선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출처: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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