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원, 경로당 어르신들이 지킨다
도시 공원, 경로당 어르신들이 지킨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10 10:41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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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대전 동구 등 관내 경로당과 손잡고 공원 관리 맡겨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심재열(82) 어르신은 올해 초부터 각종 청소 도구를 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앞 까치산근린공원으로 나선다. 경로당을 대표해 마을주민의 휴식공간을 매일 청소하게 된 것이다. 심 어르신은 금연지역에서 담배를 피는 젊은이들을 달래기도 하고 화장실 등 각종 시설물도 점검하고 있다. 그의 꼼꼼한 관리점검으로 까치산근린공원은 깨끗한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심 어르신은 “운동 삼아 시작했지만 주민들이 깨끗해진 공원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최근 지자체들이 대한노인회 지회와 손을 잡고 관내 경로당에 마을공원 관리를 맡기면서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경비를 절감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경로당 회원들이 마을공원을 관리하는 모습.사진=성동구청 제공

청소도 하고 공원 내 흡연‧음주 단속… 지자체, 소정의 관리비 지급
인천 월미공원은 노인일자리 사업… “성실하고 책임감 높다” 호평

최근 대한노인회 일부 지회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도시 공원 관리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노인일자리 창출과 함께 공연관리 예산 절감 효과도 거두면서 노인들이 광범위한 공원관리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강서구를 비롯해 서울 성동구, 대전 동구 등 지자체는 최근 관내 대한노인회 지회와 협약을 맺고 마을공원의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마을 공원은 일반 건물만큼이나 면적이 넓고 시설물이 많아 하루에도 수차례 청소를 해야만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설립된 공원이 수십 개에 달해서 전담인력을 배치하기엔 예산상 어려움이 있었다. 또 한 사람이 여러 곳을 맡을 경우 관리의 질이 떨어져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지자체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빼든 카드가 인근 경로당에게 위탁관리를 맡긴 것이다. 실내에만 있는 어르신들이 산책 겸 운동을 할 때 한 번씩 청소를 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활발히 실행하는 곳이 강서구다. 경로당 83곳과 협약을 맺고 어린이공원 110곳의 관리를 맡겼다. 각 경로당은 면적에 따라 많게는 3곳 적게는 1곳을 전담하고 있고, 해당 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회원을 선발해 관리를 맡기고 있다.
선발된 노인들은 공원 청소와 수목관리, 잡초제거, 각종 시설물 관리를 맡는다. 또 공원 내 흡연과 음주, 취사 등 금지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에 나서고 공원 이용 주민의 불편 및 개선 요구사항을 구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공원관리에 필요한 장갑·모자·빗자루·쓰레기봉투 등은 구에서 경로당에 지급한다.
강서구는 공원 면적에 따라 경로당에 매월 13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관리비를 지급하는데 경로당별로 이를 운영비에 활용하거나 청소에 나선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월 1회 이상 공원을 점검해 관리상태가 우수한 경로당은 연말에 구청장 표창 등으로 격려할 방침이다.
대전 동구지회 역시 동구청과 협약을 맺고 총면적 32만9000㎡에 달하는 도시공원 48곳을 관리하고 있다. 강서구와 마찬가지로 공원 청소와 수목 보호관리, 각종 시설물 점검, 공원 내 흡연과 음주 및 취사 등 금지행위 단속을 하며 공원관리 전반을 책임지면서 풀 뽑기 등 각종 제초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아예 노인일자리로 전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자체도 있다. 인천시 월미공원사업소는 3월부터 지역 노인인력개발센터와 손을 잡고 시니어인턴십으로 공원을 관리해 노인일자리 창출과 예산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
시니어인턴십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시행하는 사업으로 만60세이상 어르신을 인턴으로 고용하는 기업(업체)을 대상으로 제반비용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니어인턴십 사업으로 참여하게 되는 노인들은 월미공원사업소에서 수목 및 조경 시설물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로하면서 1인당 최대 월 45만원, 6개월간 27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월미공원사업소 역시 연간 최대 6750만원 상당의 예산절감 효과를 누리게 돼 이 비용으로 추가적인 일자리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월미공원사업소 관계자는 “노인들의 성실함과 책임감, 삶의 지혜와 사회경력이 공원 환경 개선에 최적화돼 추진하게 된 사업”이라며 “더 많은 분야에서 노인들의 경륜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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