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건보 등 사회보험 고갈 빨간불… 정부 “설득력 부족” 비판 새겨야
국민연금‧건보 등 사회보험 고갈 빨간불… 정부 “설득력 부족” 비판 새겨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3.10 13:22
  • 호수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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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주요 사회보험 적립금이 수년 뒤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데다 고령화 속도까지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의 인상 여부를 비롯한 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지난 3월 7일 발표한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2016~2025년)에 따르면 지난해 106조원이었던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는 매년 8.4%씩 늘어 오는 2025년이면 2.1배 많은 220조원까지 확대된다. 8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가리킨다.
기재부 분석에 따르면, 8대 사회보험 중 건강‧장기요양‧고용보험의 재정수지가 가장 좋지 않았다. 수입액과 지출액의 비율을 보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은 2016년 1배 수준에서 2025년 0.8배로, 장기요양보험은 동기간 1.1배에서 0.8배로 떨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적자 폭이 커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4대 연금 지출은 35조원(2016년)에서 75조원(2025년),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지출은 동기간 71조원에서 145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21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적립금 또한 오는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23년경 모두 소진되고 장기요양보험은 2020년에 고갈된다. 고용보험은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이는 지난 2015년 12월에 예측한 것보다 앞당겨진 결과다. 기재부가 당시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 결과와 비교해 보면 건강보험은 2025년에서 2023년, 장기요양보험은 2028년에서 2020년으로 적립금 소진 시점이 각각 2년, 8년씩 빨라졌다. 게다가 당시 고용보험 재정수지는 흑자를 유지한다고 밝혀,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다른 사회보험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보험료 수입 증가율(5.3%)보다 지출 증가율(10.7%)이 더 높으며, 사학연금의 흑자 규모도 9000억원(2016년)에서 7000억원(2025년)으로 흑자 규모가 감소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동기간 3조8000억원 적자가 9조7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각 사회보험의 당기수지 적자 전환과 누적적립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 이유는 경제 악화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로 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면밀한 중기재정추계 보완작업을 통해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을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로 개편하고, 4대 보험료 조정 및 지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재부의 발표는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언제 고갈될 것이란 재정추계만을 앞세워 보험료율 인상의 당위성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도 재정추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복지 부담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만 조성하고 있다며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번 중기재정추계는 추계에 투입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 외에는 ‘2060 장기재정전망’과 비교해 인구추계도 그대로이며 사회보험제도의 변화도 거의 없는 셈인데도 사회보험의 재정전망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전망됐다”면서 “외부전문가들이 보기에 이러한 추계결과는 사회보험의 지출과 적자를 다소 과장한 데 따른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은 지난 수년간 대폭의 흑자였음에도 이것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장기재정전망이 수행된 바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에 대한 해명 없이 추계방법이나 추계를 위한 여러 가정과 추계치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이 악화되리라는 결과만 제시했다”면서 “기금고갈 가능성을 강조해 공포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적정수준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분석이 맞다면 앞으로 3년 안에 심각한 부실을 드러낼 우리나라 사회보험 체계는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사회보험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대비를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크다. 이젠 고령화, 경제 악화만 탓할 것이 아니라 줄줄 새는 재정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제라도 저부담·고급여 체계의 사회보험을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꾸는 개혁을 서두르는 등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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