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들리는 ‘이명’… 청각기관 이상 없어도 생겨
내게만 들리는 ‘이명’… 청각기관 이상 없어도 생겨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3.24 14:05
  • 호수 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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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증상과 치료법

벌레우는 소리, 기계 소리 등 계속 들려 … 과로‧수면장애 시 증상 악화
이명을 없애기 보단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적응하는 치료가 효과적

정진자(66)씨는 1년 전 자식이 사업에 실패하면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 무렵 정씨는 하루에 3번 정도 냉장고 모터 소리와 비슷한 ‘웅웅’ 소리와 함께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잠을 청할 수 없을 만큼 소리가 점차 커지자 정씨는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이명’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있다.
이명은 외부에서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귀에서 특정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명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8년 24만3419명에서 2013년 28만2582명으로 매년 3%씩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26.9%로 가장 많았다.
이명은 종류에 따라 청각 기관 자체에서 생기는 ‘청각성 이명’과 근육, 혈관 같은 청각기관의 주위 구조물에서 생겨 청각 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비청각성 이명’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청각 기관의 손상으로 인한 청각성 이명이 대부분(85%)을 차지한다.
청각기관의 손상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나이에 따른 변화(노인성 난청), 강한 소음에 따른 손상(소음성 난청), 기타 원인 미상의 감각신경성 난청, 메니에르 병(난청, 현기증, 이명 등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환)으로, 만성 중이염, 약물로 인한 청각 손상, 뇌신경종양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청각성 이명의 원인으로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의 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 근육의 경련, 외이도의 막힘,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이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 이명이 쉽게 발병된다.

◇이명 증상
이명 증상의 대부분은 기계소리와 같은 ‘윙~’, 김빠지는 소리 등의 ‘쏴~’하는 소리와 벌레우는 소리(귀뚜라미, 매미 등),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의 단순음이 들리는 것이다. 또한 이런 소리들이 합쳐진 복합음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대개 과로, 수면장애 등의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주위가 조용할 때 심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심해진다. 원인 질환에 따라 청력 저하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최현승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이 지속되면 피로감, 스트레스, 수면 장애 등이 유발된다”면서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으로도 이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에 들리지 않던 이명을 경험하게 됐다면 반드시 원인에 대한 검사와 함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환자의 불편감을 의사가 진료 중에 물어보면서 확인하게 되지만, 보다 정확하고 세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문진표 또는 설문지를 이용하게 된다. 또한 전문 청각 검사로 △고막 검사 △순음청력 검사 △어음청력 검사 △이명도 검사 등이 실시된다.

▲ 이명 치료에는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와 함께 보청기, 이명차폐기 등 보조 도구를 이용해 이명을 습관화시켜 점차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 그림=대한의학회

◇이명 치료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지는데 먼저 귓속의 염증이나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 병과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게 된다. 또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이 수면을 촉진하고 짜증을 줄여주는 작용을 해 이명의 악순환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명 치료에 있어서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명 재훈련 치료’라는 치료 기법이다. 이 기법은 환자의 이명 정도와 청력 상태에 맞춰 일정 기간 꾸준한 상담을 하면서 필요시 소리발생기나 보청기, 이명 차폐기 등과 같은 보조적인 도구를 사용해 이명을 습관화시키고 점차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명 차폐기는 귓속의 윙윙거림을 차폐하기 위해 일상생활에 방해되지 않는 백색 소음을 생성하는 장치를 말한다.
최 교수는 “이 치료의 목적은 이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 이명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이명과 관련해 2차로 발생하는 환자의 괴로움을 없앰으로써 중추신경계의 자연스러운 적응을 유도하는 데 있다”면서 “상담을 통해 자극에 적응하도록 하고 다음으로 소리 자극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보청기나 이명 차폐기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치료 방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방법으로는 ‘중이재건수술’, ‘내이 절제수술’, ‘선택적 전정신경절제술’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혈관 장애나 중이 및 인두근육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갈고리 골절술’이나 ‘고막긴장근절제술’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
이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치료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삼가고 스트레스나 소음은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유제품, 커피, 코코아, 땅콩, 과일 등과 어류나 조개류는 이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식품 외에도 이독성 약물, 세포독성 약물, 술 등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청력 장애와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 중 일부도 이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잦은 복용에 주의해야 하며, 금연을 해야 한다.
최 교수는 “이명은 치료한다는 개념보다는 관리한다는 개념이 더 맞는 질환”이라며 “환자가 이명을 없애기 위해 조절해서 이겨내려고 하기 보다는 이명으로 인해 받게 되는 생활 중의 불편과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명에 대해 덜 집중해 결국에는 이명을 무시하는 것이 가장 큰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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