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도 전문화… 한국어 교육, 통‧번역 등 맡아
노인일자리도 전문화… 한국어 교육, 통‧번역 등 맡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31 11:05
  • 호수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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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등 민‧관 고학력‧전문직 일자리 개발

“동경했던 프린스턴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40여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계원(67) 씨는 최근 ‘한국어 선생님’으로 재취업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세이글로벌을 통해 이 씨는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 등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 뿌리를 뒀지만 우리말이 서툰 재미교포 대학생을 상대로 그는 한 주에 2~3차례 화상 채팅으로 언어와 함께 다양한 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이 씨는 “명문대생 제자를 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노인일자리가 단순 업무를 넘어서 전문화되고 있다. 한 어르신이 화상 채팅으로 미 명문대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습.

시니어 IT 전문가, 병원 실버코디네이터로도 활약

최근 노인일자리가 단순한 업무에서 탈피해 한국어 교육강사, 통‧번역사, 창의교실 강사 등으로 전문화되고 있다. 재미교포 대학생들을 상대로 화상 채팅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세이글로벌을 비롯해 고학력, 전문직 은퇴자가 참여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세이글로벌은 평균연령 60대 중반의 강사 20여명을 고용해 한글뿐만 아니라 연륜에서 우러나는 한국문화까지 함께 가르치며 수강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세이는 ‘노인과 젊은이’(Seniors And Youth)의 약자로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프린스턴대에 다니다 서울 용산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했던 조용민(25) 씨가 2014년 설립했다. 초기엔 재능기부 차원에서 화상 채팅으로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지난 1월 법인으로 등록하며 사업화를 시작했다. 유료로 전환하면서 수업시간도 30분에서 50분으로 늘리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설계해 내실도 다졌다. 젊은 강사와 달리 점잖고 바른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작용했다. 학생들이 수업마다 지불하는 수강료의 절반 정도가 강사에게 돌아간다. 지난달 신임 강사 13명을 모집할 때에는 5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교사, 재무설계사 등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50분 분량의 강의를 위해 2~3시간씩 리허설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면서 수강생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인욱(64) 강사는 “매주 젊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이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됐다”면서 “젊은 제자들이 우리 문화를 습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일자리를 전문화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는 올해 통·번역, 창의력교실 강사, 방과 후 교사 등의 노인일자리를 선보이며 고학력 노인들의 대거 기용했다.
골든리서치 클럽의 경우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다 은퇴한 노인들을 기용해 선거 및 지역사회 내 복지욕구 조사 등 설문이 필요한 곳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노인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실버일자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도 컴퓨터 활용이 가능한 고학력·전문직 은퇴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쇼핑몰 모니터링, 이미지 편집업무 등을 하는 시니어정보기술(IT)사업단을 운영하면서 노인일자리의 저변을 확대했다. 전남도도 최근 병원 등 의료기관을 방문한 고객과 환자를 지원하는 ‘병원 서비스 실버 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나서면서 노인일자리의 전문화는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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