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요양병원 퇴출시킬 방안 강구를”
“저질 요양병원 퇴출시킬 방안 강구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09 10:33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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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문제점과 대안’ 국회토론회서 지적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질 낮은 요양병원에 대한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6월 7일 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요양병원 문제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6월 7일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요양병원 문제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저질 요양병원에 대해 감점을 주어 퇴출시키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환자 숫자로 받는 일당정액제 … 인권침해 온상
문 닫은 불법병원 타 지역서 개설해도 속수무책”

현재 요양병원은 1428곳으로 지난 8년간 연평균 9.5% 증가했으며, 병상 수는 연평균 16.2%가 증가해 25만5021개에 달한다. 게다가 요양병원과 역할이 유사한 요양시설까지 합치면 전국에 총 5000여 곳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있다. 이처럼 요양병원이 증가하는 것은 개설기준이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인력 기준을 갖추지 않았거나 야간 및 휴일에 당직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병원이 많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요양병원 전수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요양병원 중 2.5%는 의사인력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간호 인력을 충족하지 못한 요양병원은 4.6%였다. 또한 화재 장비 등 기본시설이 미흡하고 환자 안전관리도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급성기 의료기관과 장기요양시설 사이에서 치료를 통해 지역사회로의 조기 복귀를 위한 치료를 담당해야 할 요양병원이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요양병원 입소환자 중 약 53%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필요성이 낮은 반면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3분의 1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라면서 “이같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의 기능이 모호하다보니 환자와 보호자에게 혼란을 주고,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의 지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지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은 각 기관이 본래의 설립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며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질이 매우 낮은 요양병원은 감점을 주어 퇴출시키고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경우에는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송 교수는 “불법 요양병원이 타 지역에서 다시 문을 열더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개인 파산을 신청할 경우에는 환수도 할 수 없다”면서 “강력한 법적 장치를 통해 불법 요양병원을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장성요양병원 사태의 발단이 된 요양병원 안전문제가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명 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노인요양병원 대부분이 민간병원이고 ‘일당정액제’라는 독특한 수가제를 적용받아 국가로부터 환자 한 명당 얼마씩 재정을 지급받다보니 병원 수입을 위해 인권침해가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 활동가에 따르면, 저질 요양병원의 경우 진정제를 과다 투하해 잠을 재우거나 강제적인 신체 억제대 사용으로 노인 환자를 ‘얌전하고 손이 가지 않는’ 입원환자로 만든다. 심한 경우에는 급식비를 줄이기 위해 부적절한 식사 제공을 하기도 한다.
명 활동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병원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높이려 한다”면서 “게다가 입원환자 수가 곧 수입으로 직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환자 유인을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일례로 요양병원이 노숙인을 유인해 가짜환자로 등재한 후 부당 청구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2013년 한 해 동안 B병원에 입원한 노숙인은 188명이었으며 이에 따라 발생된 요양급여비용은 8억 3133만8000원에 달했다”면서 “노숙인들이 이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노숙인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안전 평가와 처벌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설립 요건도 못 갖추고 있는 질 낮은 요양병원에 대해 지자체에서 진입 금지·허가 취소·퇴출 등 강력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며 “요양병원 인력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상시적인 점검 시스템과 야간·휴일 등 취약시간 대 환자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현행 의료법에서는 합병이나 의료법인 해산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요양병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에 대해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도화하기 위해 입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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