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흡연한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
장기간 흡연한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09 13:54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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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폐쇄성폐질환 증상과 치료법

폐기능 저하돼 기침‧가래‧호흡곤란 증상… 대기오염 증가도 원인
환자 80% 이상이 60대 이상… 반드시 금연하고 야외활동 삼가야

“40년간 담배를 피웠고 그 대가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자다가도 숨이 턱턱 막히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끊을 수 있을 때 당장 끊으세요.”
이는 지난 5월 31일부터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증언형 TV 금연광고에서 소개된 허태원(65)씨 이야기이다. 허씨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운 이후 40년간 매일 한 갑 반씩 피웠고, 지난 2014년 폐 기능 검사를 받았다가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은 이후에야 금연했다. 현재 폐 기능 50% 이상이 정지돼 계단에 오르지도, 평지에서 50m 이상을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외출할 때마다 기관지 확장제, 휴대용 산소를 갖고 다니는 그는 “기침할 때마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흡연 등에 의해 발생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사진은 지난 40여 년 간의 흡연으로 인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허태원씨의 광고 속 한 장면. 사진=보건복지부

흔히 ‘COPD’라고도 불리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의 흡입으로 인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악화될수록 기도가 좁아지고 폐 첨부(폐의 맨 위쪽)에 기포질환(폐기종)이 관찰된다. 이 폐기종이 과팽창되면 폐에 의해 횡격막이 아래로 눌려지게 되면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성적인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이 주요 증상으로 중증으로 진행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게 된다.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흉부 압박감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천식 등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돼 중증이 되면 피로,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난다.
이 질환의 가장 주요한 발병 원인은 흡연과 간접흡연이다. 직업적으로 분진‧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의 증가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7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네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5년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3만2000명으로, 연령대별 진료 인원을 보면 전체 환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2%였다. 전체 환자 중 70대가 35.0%(8만1000명)로 가장 많았고 △60대 25.0%(5만8000명) △80세 이상 20.2%(4만6000명) △50대 12.1%(2만8000명) 순이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자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많은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어지는 등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인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질환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무서운 것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급속히 악화돼 어떠한 약물치료로도 폐 기능을 호전시킬 수 없으며 중증이 되면 24시간 지속적인 ‘산소요법’에 의지해야만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인데, 따라서 조기진단과 병의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40세 이상의 흡연자가 가파른 곳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기침과 가래가 지속된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아닌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진단은 폐기능 검사로 한다. 폐기능 검사는 환자가 최대한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을 측정하며 기관지가 좁아져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흡연을 오래한 사람의 경우, 증상을 못 느껴도 폐기능 검사를 하면 경증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폐기능의 정도에 따라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경증, 중등도, 중증, 고중증으로 분류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와 예방법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치료로는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주는 다양한 기관지확장제(흡입제, 경구약), 만성염증을 감소시키는 항염증제(흡입제, 경구약), 가래 배출을 돕는 거담제(경구약) 등의 약물치료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약물은 흡입용 기관지확장제이다. 흡입제는 기관지와 폐에 직접 약물이 작용하므로 경구약에 비해서 부작용은 훨씬 적고 효과는 크다.
따라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흡입제 사용법을 잘 숙지하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하루 한번만 흡입해도 24시간 지속되는 흡입제들과 다양한 종류의 약물이 포함된 복합 흡입제들이 출시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약물 치료 외에도 흡연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하고 실내외 공기 오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급성악화의 주요 원인인 호흡기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손 씻기를 자주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독감 및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권장되며 호흡재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교수는 “니코틴에 중독되면 본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금연치료 지원 사업에 참여해 의사의 지속적인 상담과 전문 의약품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게 좋다”면서 “이렇게 하면 금단증상 없이 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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