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센터 갑자기 많이 늘리면 전문성 떨어져”
“치매센터 갑자기 많이 늘리면 전문성 떨어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16 10:35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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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혁 의원‧치매협회 주최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정책 1호인 ‘치매 국가책임제’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지속성을 핵심으로 한 인력양성과 함께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치매협회의 공동주최로 지난 6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에서 토론자들은 치매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재원 조달 등 여러 요소를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 지난 6월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 3세미나실에서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치매협회 공동주최로 ‘제1차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이 열렸다.

엄청난 재정부담 가능한지 의문…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전문 인력 확보 급선무… 정부 내 치매 전담조직 필요

앞서 문재인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보건의료 공약으로 내세우며 시‧군‧구 치매안심센터 확충과 치매 책임병원 지정, 건강보험 90% 적용, 노인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등을 공표한 바 있다.
이날 윤종철 경기도립용인전문병원 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치매에 대한 지원은 인권과 연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치매 국가책임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치매관리는 국가와 의료기관, 복지시설 등의 다양한 기관과 사람의 협력이 요구되는 일인 만큼 지역사회 치매관리의 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치매센터를 확대한다면 위탁형태인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인지에 따라 예산집행의 방식이 달라지고 실제 현장의 모습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은 주제들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국가가 주도하는 형태가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큰 틀에 관해서는 공감하지만 재원 마련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치매환자가 1인당 연간 평균 2000만원의 치료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가 도입된 이후 1인당 연간 18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전체 환자 72만 명에 적용하면 12조9600억원의 국가 재정이 소요되며, 치매환자가 2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에는 연간 48조6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도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환자는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치매 인구는 희귀난치병 인구보다 훨씬 많다”며 “제도 시행의 시작은 쉬울 수 있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치매 환자로 인한 재정 압박은 어떻게 돌파하려는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간병비 부담”이라며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으로 나눠져 있어서 치매 환자가 폐렴에 걸려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요양기관에 따라 달리 수가가 책정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덕적 해이 현상 우려도
치매 진단의 남용, 요양시설의 무분별한 증설, 환자 유인행위 등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임현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종의 치매 특례제도를 만들면 자칫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치매가 아닌 데도 혜택을 받기 위해 진단을 요구한다든지, 반대로 진단 남용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춘길 한림대 간호학과 교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복지부에서만 3개 이상의 관련 과에서 관여하고, 나아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등 10개 이상의 관련 부처 및 부서에서 수행해야 하지만, 정부조직 특성상 업무 경계가 모호하거나 여러 부서가 겹치면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춘길 교수는 “복지부 주무부서인 노인정책과 공무원 2명으로는 국가책임이라는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치매정책과나 치매정책 TF를 신설해 제도와 정책을 치매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치매환자와 가족 지원 방안과 예방책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조직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전국 47개소인 치매센터를 전국 모든 시군구에 252개소로 확대할 것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많은 센터를 확충하면 전문성 또한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건우 교수는 “치매센터의 필요성을 알지만 여태 늘리지 못했던 이유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치매 전문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대우 없이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치매환자를 잘 보는 의사, 요양병원 등을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복지부 “세부 추진 안 마련 중”
오는 6월 말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을 예정인 보건복지부는 “지켜봐 달라”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이재용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올해까지 전국에 센터를 마련하고 실제 지역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안에 전국 시군구에 205개의 치매안심센터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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