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하면 다리통증… ‘하지동맥 폐색증’ 가능성 커
걷기만 하면 다리통증… ‘하지동맥 폐색증’ 가능성 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16 13:23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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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동맥폐색증 증상과 치료법
▲ 사진은 스텐트 삽입 전과 후의 혈관조영 사진으로, 하지동맥이 막혀 협착을 보이던 과거(왼쪽)와 달리 스텐트 시술 후 하지혈관 동맥이 완전 재개통 된 모습.

혈관 막혀 혈액 공급 안돼 발생… 당뇨‧고혈압 등 만성환자 특히 조심
허리 디스크 증상과 비슷해 오인하기도… 풍선확장술 등으로 치료

평소 등산이 취미인 김지용(57) 씨는 최근 다리 근육통이 심해져 등산을 미루고 있다. 보통 산에서 내려와 좀 쉬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넉넉히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다리 혈류검사와 함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하지동맥 폐색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다리 혈관이 막혀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부분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함께 오랫동안 흡연을 한 사람들에게서 이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하지동맥 폐색증 환자는 남성(1366명)이 여성(656명)보다 2배 더 많았다. 남성 환자의 연령 분포는 70대가 33%로 가장 많았으며, 60대(26%), 50대(17%) 순이었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30∼40대가 늘면서 자연히 50대부터 하지동맥 폐색 환자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므로 당뇨, 고혈압 등을 앓거나 오랫동안 흡연을 해 온 50~60대라면 작은 다리 통증도 가볍게 보지 말고 즉시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하지동맥폐색증 증상
하지동맥폐색증의 초기 증상은 척추 디스크 질환과 비슷하다. 실제 다리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의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에 조금 차이가 있다.
하지동맥폐색증은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는 느낌이 없다가도 걷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발생한다. 만약 자세와 상관없이 상시 통증과 당김 증상이 있으면 척추질환을 의심해야 하지만, 평소엔 괜찮다가도 보행 후 통증이 시작된다면 하지동맥폐색증일 가능성이 높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피부가 차가워지거나 발에서 맥박이 약하게 잡혀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발가락이 검게 썩는 괴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을 찾으면 동맥 폐색이 50%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증상이 계속돼도 다리가 저리다고 생각하거나 조금 쉬면 다리 통증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버려둬서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초기에는 다리를 쉬면 증상이 사라져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동맥 폐색이 50% 이상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괴사가 온 상태에서도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1년 안에 환자의 50%는 다리를 절단해야 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동맥폐색증 치료
하지동맥 폐색증은 발목과 팔에서 측정한 혈압을 비교해 쉽게 알 수 있다.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값인 ‘발목-팔 혈압지수’를 계산해 0.9 이하인 경우 하지동맥 폐색증으로 본다.
이후 초음파와 CT검사를 통해 막힌 정도를 파악, 구체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나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만으로도 낫지만 중기 이상이라면 수술을 해야 한다.
혈관의 막힌 부위가 길고,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환자 자신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한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되는 경우가 많아 국소 마취를 한 후 풍선확장술을 하거나 스텐트삽입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드릴처럼 깎아 넓힘) 시행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풍선확장술은 3㎜가량의 아주 작은 구멍만 내고 혈관 안으로 시술 기구를 삽입해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넓혀주는 것이다. 풍선의 굵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환자의 혈관 굵기에 맞는 것을 사용한다.
스텐트삽입술은 혈관 안에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부분을 펴줘 혈액이 막힘없이 원래대로 흘러가도록 하는 시술이다. 금속 스텐트는 혈관 안에 들어가면 자체 팽창력을 갖기 때문에 좁아진 혈관 부위를 다시 팽창시켜 준다. 스텐트가 계속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시간이 오래될수록 스텐트 안에 내피세포 증식이 심해져 다시 막힐 수 있다. 이때는 수술 치료로 혈관 우회 수술을 계획하게 된다.
혈관 우회 수술은 자신의 정맥 또는 인조혈관을 이용해 동맥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수술로, 수술 후 다시 막히는 것을 미리 찾아내기 위해 수개월 간격으로 동맥 초음파 검사를 요한다.
조 교수는 “연령대가 높은 환자 중에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통증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 걸을 때와 걷지 않을 때 발생하는 통증의 양상을 꼭 구분해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술 후 증상이 호전됐다가 갑자기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는 수술부위 또는 다른 부위가 좁아지거나 막혔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즉시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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