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치매환자, 첨단기술로 찾는다”
“길 잃은 치매환자, 첨단기술로 찾는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7.14 11:34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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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질병 가운데 치매가 가장 걱정된다. 치매에 걸리면 본인은 물론 가족이 붕괴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켜 나라 망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에 걸리면 죽어버려야지”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기자는 정작 치매환자를 본 일이 없다. 책이나 영화 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만 들어서 짐작할 뿐이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배변을 아무데나 보고 집을 나가버리고…. 치매환자는 그런 모습으로만 입력돼 있다. 혹자는 치매에 걸리면 힘도 더 세지고 성욕도 강해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구청 문화센터의 피아노교실에 다니는 지인이 있다. 하루는 “우리 교실에 치매 걸린 60대 초반의 아줌마가 새로 왔는데 자기가 치매에 걸렸다고 스스로 밝히더라”는 말을 했다. 치매 초기라는 그 아줌마는 “남편이 치매에 피아노가 좋다고 하니 배우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겉으로 봐서 어때?”라고 묻자 지인은 “정상인들과 별 다른 건 없고 피아노도 잘 치지만 자주 책상 위에 엎드려 있다”고 말했다.
치매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건 집을 나가버리는 것이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하수로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 치매환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반려견 관리를 위해 개이름과 개주인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입력한 칩을 반려견 피부 속에 찔러 넣는 식으로 치매환자에게도 그런 칩을 피부에 집어넣으면 문제는 해결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인격이나 인권 등의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사람이 우선 살고 볼 일이다.
일본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치매환자의 실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책은 사이타마현 이루마시에서 진행 중인 신원판별QR스티커사업이다. 실종자의 빠른 신원확인을 위해 치매환자의 손톱에 1㎠ 크기의 QR코드를 붙인다. 목욕을 해도 쉽게 벗겨지지 않고 한 번 붙이면 2주일간 떨어지지 않는다.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하면 시청 측이 부여한 치매노인 식별번호가 확인된다. 원래 시청 측은 배회노인 대책으로 GPS(위성정보시스템) 단말기를 유료로 대여했지만 정작 노인들이 갖고 다니지 않거나 충전이 필요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비해 간편한 스티커는 인식표를 반드시 몸에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당연히 무료이다.
도쿄는 치매환자의 신발에 발신기를 부착해 실종을 예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구두에 발신기를 붙인 치매환자가 외출했을 경우 전용 스마트폰 앱을 설치한 시민과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하면 위치 정보가 앱을 거쳐 시스템서버에 전송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초소형의 발신기는 블루투스를 사용해 기존의 GPS를 장착한 기기보다 작고 가볍다.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가족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치매환자의 위치를 가족에게 알려줄 수 있다.
첨단기술에는 못 미치지만 동물과 함께 행방불명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와테현 야하바마치에선 ‘야하바 멍멍패트롤대’라는 이름의 자원봉사대원 5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눈에 띄는 노인에게 무조건 말을 거는 작업을 한다. 요양원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 도로에 주저앉은 할머니를 발견하는가 하면, 철도건널목 옆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노인을 구조한 경우도 있다.
행방불명의 치매환자를 찾아내는 기술은 앞으로 더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이웃의 관심과 협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누구든지 언제라도 걸릴 수 있고 일단 진행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가 무너지는 무서운 치매, 산불 구경하듯 무관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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