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미술 걸작 ‘석가모니의 고행’ VR로 본다
간다라 미술 걸작 ‘석가모니의 고행’ VR로 본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21 14:46
  • 호수 5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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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예박물관 ‘간다라 미술’ 전
▲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간다라 미술’ 전에서는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해 탄생한 간다라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사진은 ‘관음보살입상’, ‘석가모니의 첫 선정’, ‘부다파다’, ‘키나시카왕 사리함’의 모습.(왼쪽부터 순서대로)

동‧서양 교류지서 탄생한 간다라 미술… 한‧중‧일 미술에도 큰 영향
부처의 발자국 ‘부다파다’, 왕족 모습 반영한 ‘관음보살입상’ 등 67점

지난 7월 18일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선 반나체의 한 동상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눈, 깊게 패인 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갈비뼈 등 살갗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묘사한 이 동상은 석가모니의 고행을 묘사한, 국내 교과서에도 실린 ‘석가모니 고행상’이었다. 다만 독특한 점이 있었다. 실제 작품도 복사한 모형도 아닌 첨단 과학기술인 VR과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입체영상이었다. 2000년 전 유물과 최신 과학이 석가모니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것이다.
동·서양 문화융합의 상징인 간다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간다라 미술’ 전에서는 석가모니를 처음 인간으로 형상화한 인도 간다라 지역 초기 불상부터 간다라 지방 왕족과 귀족의 모습을 반영한 관음보살입상 등 67점이 소개된다.
간다라(Gandhara)는 인더스강 중류에 위치한 파키스탄 페샤와르 주변의 옛 지명으로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BC 356~323) 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동서 문화교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동‧서양의 활발한 교류 아래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헬레니즘이라 불리는 독특한 융합 문화가 번성했고, 이는 2세기 쿠샨왕조를 일으킨 카니슈카왕 때 전성기를 맞는다. 이 시기의 불교문화를 간다라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 문화 속에서 그리스·헬레니즘 문화가 결합돼 서양 고전 조각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간다라 불상 등 간다라 미술이 탄생했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민족‧문화‧관습‧언어 등이 평화롭게 공존한 증거이자 동서 문화의 가장 성공적인 융합이라 평가받는 간다라 미술은 신을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한 그리스·로마의 영향으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어간 기원전 4세기 이후 400년간 지속된 무불상(無佛像) 시대를 종식하고 최초의 불상을 출현시켰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경주 석굴암이 간다라 미술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불상이다.
이번 전시는 간다라 유물의 최대 소장처인 페샤와르박물관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소개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카니시카왕 사리함’이다. 2세기경 카니시카왕이 불교로 개종한 것을 기념해 세운 샤지키데리(카니시카왕 대탑)에서 발굴된 사리함이다. 발굴 당시 부처님의 사리로 추정되는 3개의 작은 뼈와 카니시카왕의 청동 동전이 들어 있었다. 겉에는 “카니시카왕 치세 1년, 일체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행복과 이익을 행하기 위해 실행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그리스·로마, 페르시아, 인도의 전통과 종교적 상징이 융합된 조형이 새겨져 있었다. 이중 해와 달은 페르시아문화, 거위는 힌두교, 꽃과 줄은 그리스·로마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부처님의 발자국을 형상화한 ‘부다파다’도 눈길을 끈다. 발바닥에는 진리의 상징인 법륜과 청정한 영혼을 나타내는 연꽃, 삼보를 공경하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특히 발가락에 새겨진 ‘만(卍)’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양 중 하나로 우주순환의 원리인 영원불멸함을 상징한다. 이로 인해 부처의 발자국은 불상이 만들어지기 전 보리수, 스투파와 함께 부처의 상징으로 널리 통용됐다.
150cm 크기의 ‘관음보살입상’도 눈길을 끈다. 당시 간다라 지방 왕족과 귀족의 모습을 반영한 보살상으로 그리스·로마의 신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뚜렷한 골격과 함께 당시 간다라의 복식 및 화려한 장신구를 살펴볼 수 있다.
농경제(祭)에 참석한 싯다르타 태자가 벌레가 새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고 나무 밑에서 명상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석가모니의 첫 선정’ 역시 불교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석가모니 고행상’이다. 당초 실제 유물의 방한이 추진됐으나 옮기는 과정에서의 훼손 우려로 아쉽게 무산됐다. 대신 소장처인 라호르박물관이 3D 스캔을 허락해 최근 뜨는 기술인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과 홀로그램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관계자는 “현재 파키스탄은 문화유산 파괴와 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지만, 2000여년 전 다문화·다종교·다인종의 공존으로 가장 평화롭고 문화적으로 번영을 누렸다”며 “전시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화합의 하모니를 이뤄낸 간다라의 세계적 문화유산을 만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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